Ⅰ. 서 론
Ⅱ. 국제인권규범 관점에서 본 대체복무제도
글 강태경
국문 요약
이 연구의 목적은, 대체복무제도가 대체복무요원의 양심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기 위해서 고려되어야 하는 인권 쟁점을 검토하고 제도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기 위해서 심사기구의 독립성 및 공정성, 차별 금지, 공익성·비징벌성·민간성 요건 충족 여부, 강제노동 해당 여부를 검토하였다. 그리고
대체복무요원 복무관리규칙의 주요 내용 중 보수, 보호대원, 인권진단 및 고충처리, 실태조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주제어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대체역 복무관리, 차별, 징벌적, 민간적
Ⅰ. 서론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일대 전환이 있었다. 1953년 이래 19,300명 이상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수감되었다(Morton 등, 2020: 6).
1) 2004년부터 종교적 자유를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서 전향적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31일 대법원은 종래의 입장을 변경하여 병역법 제82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신앙 등이 포함된다고 보아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2) 한편 같은 해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종류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면서 병역법
제5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3) 이로써 1948년 국군이 창설된 뒤 72년 만에 종교적 신념 등에 근거하여 ‘무기를 들지 않을 권리’가
인정되었다.4)
이 사법적 판단 이후 2019년 12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이로써 한국 사회는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여 소수자인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을 존중하고 가능한 한 수용함으로써 “보다 성숙되고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5)을
닦고 있다.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이하 ‘대체역법’)에 따라 심사를 거쳐 대체역으로 편입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관에서 합숙하면서 공익
업무에 36개월간 복무한다. 이는 2021년 현재 육군 및 해병대 병사 복무기간의 2배에 해당한다. 2020년 6월 30일 제정된 대체역법 시행령 제18조는 대체복무기관을 ‘교도소,
구치소 및 교도소·구치소의 지소’로 정하고, 같은 시행령 제19조는 대체업무를 ‘급식, 물품, 보건위생, 교정ㆍ교화, 시설관리에 관한 업무 보조 및 그 밖에 대체복무기관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업무’로 정하였다.
2020년 10월 26일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대체역 제도 도입 이래 첫 ‘대체복무요원’ 소집이 이루어졌다. 처음 소집된 인원은 63명으로 이들은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로서 법원의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이며, 대체역법 부칙 제2조에 따라 대체역 심사위원회의 별도의 심사 없이 대체역에 편입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3주 동안 교육을 받은 후
대전교도소와 목포교도소에 배치되어 현역병과 동일한 수준의 보수, 휴가 등 처우를 받으며, 급식·물품·보건위생·시설관리 등의 보조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대체복무제도와 대체복무요원 복무관리의 인권 쟁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지를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기구’, ‘차별
금지’, ‘공익성·비징벌성·민간성 요건 충족 여부’, ‘강제노동 해당 여부’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대체복무요원 복무관리규칙의 주요 내용 중 ‘보수’, ‘보호대원’, ‘인권진단 및
고충처리’, ‘실태조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Ⅱ. 국제인권규범 관점에서 본 대체복무제도1. 현행 대체복무제도의 주요 내용
대체역법 제3조 제1항은 대체역 편입신청자를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예비역 또는 보충역의 복무를 대신하여 병역을 이행하려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동법
제4조는 대체역 편입신청 등을 심사·의결하기 위해 “병무청장 소속으로 대체역 심사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제5조는 각 분야에서의 경력이 10년 이상인 법조인, 학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권전문가, 4급 이상의 공무원 등 29명의 위원으로 대체역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국방부, 병무청, 국회 국방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가
위원을 추천하고, 국방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위원을 임명한다(대체역법 제5조).
대체역법 제16조 제1항은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에 복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대체역법 시행령 제19조는 대체복무기관을
‘교도소, 구치소, 교도소ㆍ구치소의 지소’로 열거한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36개월이고(대체역법 제18조), 국방부 장관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조정되는 경우에는 병무청장의 요청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6개월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대체역법 제19조). 현행 복무기간 36개월은 2021년 육군 현역 복무기간
18개월의 2배에 해당한다.
대체복무기관 소관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전반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가지고, 대체복무기관의 장은 배치받은 대체복무요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다(대체역법
제22조). 이때 대체복무기관의 장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 관리 담당 직원을 정하여 대체복무요원의 복무를 관리해야 한다. 소관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체복무요원의 대체업무 수행에 필요한
복무수칙을 정해야 한다(대체역법 시행령 제31조)
대체역법은 복무이탈에 대해서 연장복무 규정(대체역법 제24조)을, 부정 편입에 대해서 대체역 편입 취소 규정(대체역법 제25조)을 두고 있다. 대체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를
이탈한 경우에는 그 이탈 일수의 5배의 기간을 연장하여 복무하게 한다(대체역법 제24조 제1항). 그리고 대체복무요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편입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통틀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는 등의 경우 병무청장은 대체역 편입을 취소하여야 한다(대체역법 제25조 제1항).
대체역법 제26조는 대체복무를 마친 효과로 예비군 훈련 대체복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체복무요원 복무를 마친 날의 다음 날부터 8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기간에 있는 사람 등에
대하여 대체복무기관에서 복무하도록 소집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상에는 현역복무뿐만 아니라 예비군 훈련도 포함되기에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현역 또는 보충역 대신 대체복무를 마친 후
예비군으로 편입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체역법에 예비군 훈련 대체복무 규정을 둔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이다(강태경, 2018: 134).
2. 국제인권규범에 따른 검토
유엔인권위원회(United Nations Commission on Human Rights, UNCHR)6)는 ‘결의 1998/77’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심사를 위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정책결정기관’을 마련하여 이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권고하였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는 ‘공익적이고
형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적 혹은 민간적(non-combatant or civilian) 성격’이어야 한다고 밝혔다(UNCHR, 1998).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HCHR)도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라는 지침서에서 ① 대체복무자에게 배정되는 업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근거가 되는 신념과 부합하는 것이어야 하고, ② 민간대체복무는 군의 영역 밖에 있어야 하며 군의 통제
아래에 있어서는 아니 되며, ③ 대체복무는 징벌적 성격을 띠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OHCHR, 2012). 또한 최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 UNHRC)는 배종범 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개인청원에 대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군복무에 갈음하여 군의 영역 밖이어야 하며 군의
감독을 받지 않는 민간대체복무를 부과할 수 있다. 대체복무의 성격은 징벌적이지 않아야 하며, 공동체에 대한 진정한 봉사가 되어야 하고 인권 존중에 적합하여야 한다.”라는 견해를
채택함으로써 종래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였다(UNHRC. 2020).7)
병역의 이행은 인류 보편적인 인권인 자유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국내법적 관점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규범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근거인 자유권규약의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대체복무제도를 설계하고 시행함에 있어서 국제인권규범이 주요한 준거가 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유엔인권위원회 등이 제시한 합리적 대체복무제도의 요건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대체복무제도를 검토하고자 한다.
1)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사기구
2020년 6월 29일 대체복무 신청자의 병역거부가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른 것인지를 심사하기 위해 법조인, 학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권전문가, 공무원 등 2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대체역심의위원회가 처음으로 소집되었다. 대체역 신청을 접수받아 2020년 10월 심사를 거쳐 대체역으로 편입된 사람은 총 626명이었다(병무청, 2020). 대체역심의위원회는
심의·의결을 통해 신청 사유를 ‘종교적 신념’과 ‘개인적 신념’으로 구분하고, ‘종교적 신념’에 대한 심사에는 신앙기간, 실제 종교활동 여부 등 8개, ‘개인적 신념’에 대한 심사에는
신념의 내용, 형성동기, 외부표출 등 8개의 고려요소를 마련하였다(국방부, 2020). 또한 대체역심의위원회는 신청인의 삶 전반에 대한 사실을 조사하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신청인의 인권을 절차적·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인권보호헌장」 및 「인권보호조사준칙」을 제정하였다(국방부, 2020). 그러나 현행 심사제도가
신청자에게 서면에 의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양심의 진정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실상 신청자에게 전가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운용 방식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황일호, 2020: 19).
대체역심의위원회는 대체역 편입에 관한 심사·의결을 담당하는 독립적인 행정형 위원회이다. 행정형 위원회는 사법심사에 비해 판단의 신속성·전문성·민주성을 도모할 수 있다. 대체역 편입 여부는
신청자의 향후 삶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가능한 한 신속하게 판단되어야 한다(강태경 등, 2019: 145). 심사 결과 대체역에 편입되지 못했다면
신청인에게는 병역의무 이행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결정의 개인적·사회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헌법적, 철학적, 심리적,
종교적, 역사적 관점들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런데 행정형 위원회는 사법심사에 비하여 소속 위원들이 임명권자의 의사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위원회의 결정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강태경 등,
2019: 145). 다시 말해, 대체역심의위원회가 병무청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공정한 판정을 담보할 수 있는 판정기구인지가 문제이다. 심사위원회의 소속은 위원회의 위상과 판정의
공정성 담보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대체복무제를 운용하고 있거나 최근까지 운용하였던 국가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판정기구의 소속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그리스에서는 병무국이,
핀란드에서는 고용경제부가, 대만에서는 내정부(한국의 행정안전부)가, 노르웨이에서는 법무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심사 기구를 관리한다. 한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심사와 복무 관리를 전담하는 독립적 정부기구로 신설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재승 교수는 대체복무요원의 판정 및 대체복무제도의 운영, 정책수립, 시설지정, 제반사항을 결정할 기구로서 대체복무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이재승 등, 2018). 위원회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방안이다(강태경
등, 2019: 146). 대체역심의위원회를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독립기구로 두는 방안은 위원회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으나, 대체역 편입 심사라는 매우 제한적인
병무행정을 위해 별도의 국가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과잉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이광수, 2018: 304). 현재 대체역법은 대체복무기관으로 구금시설만 예시로 들고 있고 그 외의
기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사회적 복무 영역이 발굴되려면 대체복무 시행 과정에서 여러 부처의 업무협조와 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업무협조와
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강태경 등, 2019: 147).
또 다른 문제로는 위원의 자격 조건을 들 수 있다. 대체역법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위원의 자격 조건 중 하나로 규정한 것은 적절한지 의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이나 평화주의적
신념에 근거한 진지한 결정이지 정신장애가 아니다. 그리고 대체역 편입 신청자는 징병신체검사나 대체역편입신청 신체검사 과정에서 심신장애에 대한 평가를 이미 받게 된다. 또한 대체역법 제5조
제2항 제2호는 “법학,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또는 종교학 등을 전공하고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으로서 부교수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위로
재직하거나 재직하였던 사람”을 위원의 자격으로 정하고 있기에 신청인의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상 결정인지를 다면적으로 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전문의
경력자를 위원의 자격 조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대체역법에서 위원의 구성에서 성비를 고려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국방부가 마련하였던 당초 대체역법안 제8조 제6항은 “위원의 일정 비율 이상은 여성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양성평등의 이념을 반영했다. 그러나 현행 대체역법에는 이 규정이 반영되지 않았다. 신청자의 병역거부가 진지한 양심상의 결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성별에 상관없는 문제이다. 또한 남성
위원의 경우 자신의 군복무 경험이 판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제 장치로 여성 위원을 일정 비율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2)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에 대한 ‘차별 금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엔인권위원회 ‘결의 1998/77’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개정된 병역법8)은 병역 감면, 변역처분
변경, 복학·복직 보장, 보상 등에서 대체복무자를 다른 종류의 병역복무자와 동일하게 보호한다.
첫째, 병역법 제63조의2는 대체보무요원도 가사 사정으로 인한 소집해제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대체역에 편입된 사람 중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본인이 원한다면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면제하거나 소집을 해제할 수 있고, 대체복무요원으로서 부모ㆍ배우자 또는 형제자매 중 전사자ㆍ순직자가 있거나 전상(戰傷)이나 공상(公傷)으로 인한
장애인이 있는 경우에 본인이 원하면 복무기간을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둘째, 병역법 제65조의2는 대체복무자도 병역처분 변경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대체복무자도 전·공상·질병 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병역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 신체검사를 거쳐 소집제외 또는
병역면제 처분을 받을 수 있고, 복무 중 가족과 함께 국외로 이주하는 경우 소집 해제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셋째, 대체복무요원도 현역병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의무와 마찬가지로 36세부터 소집 의무가 면제된다(병역법 제71조 제1항).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대체복무요원 소집을 기피한
사실이 있거나 기피하고 있는 사람과 행방을 알 수 없었거나 알 수 없는 사람 등의 경우에는 38세부터 소집 의무가 면제된다. 또한 대체역의 병역의무도 현역·예비역·보충역의 병 및
전시근로역과 마찬가지로 40세까지이다(병역법 제72조 제1항).
넷째, 대체복무요원도 다른 종류의 병역복무자와 동일하게 복학·복직 보장 및 학업·직장 보장 규정인 병역법 제73조 내지 제74조의4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학교 및 직장은 대체복무자에 대하여 휴·복학 또는 휴·복직을 각각 보장하고(병역법 제73조 제1항, 제74조 제1항), 예비군 훈련 대체복무 소집에 응하는 학생 또는 직원에 대하여 소집을 이유로 불리한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병역법 제74조의3 및 제74조의4). 또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0조에 따른 취업지원 실시기관의 장은 “소집 등에 의한 승선근무예비역, 보충역(사회복무요원은 제외한다) 또는 대체복무요원 복무를 마친 사람이 채용시험에 응시하는 경우에는” 응시상한연령을 3세 범위 내에서 연장하여야 한다(병역법 제74조의2).
다섯째, 대체복무자는 다른 종류의 병역복무자와 마찬가지로 보상 및 치료 규정, 재해 등에 대한 보상 규정인 병역법 제75조 내지 제75조의3의 적용을 받는다. 예를 들어, 예비군 훈련 대체복무 중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고(병역법 제75조 제2항), 대체복무요원으로 복무 중 순직하거나 공상 등을 얻은 경우 재해보상금이 지급된다(병역법 제75조의2 제1항).
그러나 부당한 복무 이탈에 대한 제재, 복무 장소,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에 대한 처우에서는 다른 종류의 병역복무자에 비해 대체복무요원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첫째, 대체역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제대체복무요원이 통산 8일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를 이탈하거나 통산 8회 이상 근태 관련 경고 처분을 받은 경우에 대체역 편입 결정을 취소하는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제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역 외의 병역의무가 부과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대체복무요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병역법 제89조의2 제1호는 사회복무요원이 통산 8일 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를 이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대체복무요원도 사회복무요원과 동일하게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한 경우 처벌을 하는 것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복무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대체복무요원의 인권 보장에 방점을 두었던 의원 발의 법률안들에도9) 이와 같은 편입 취소 조항이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편입 취소는 병역거부의 근거가 되는 ‘양심’에 복무의 ‘성실성’이 포함된다고 전제한 것으로 의심된다. 한편 연장복무의 경우 사회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를 이탈한 경우에는 그 이탈 일수의 5배의 기간을 연장하여 복무하게 하는 병역법 제33조 제1항과 비교하여 적절하다.
둘째, 대체복무 장소가 현재 ‘교도소, 구치소, 교도소·구치소의 지소’로 국한된 것은 차별의 소지가 크다(대체역법 시행령 제19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법 위반으로 교정시설에서 1년 6개월간 복역해야 했던 이전 상황과 교정시설에서 3년간 합숙 복무해야 하는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법적 지위는 ‘범죄자에서 병역의무 이행자’로 극적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대체복무 장소가 교정시설로 국한되어 있기에 ‘양심적 병역거부-교도소’라는 통상적 관념의 연결은 사회적으로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인권이사회는 대체복무자를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대체복무 장소를 협소하게 규정한 현행 시행령에는 차별의 소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자녀가 있는 대체복무요원은 상근예비역이나 사회복무요원과는 달리 출퇴근 형태의 복무나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녀 양육과 가족 부양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별의 소지가 있다. 병역법 제65조 제3항은 현역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사람 중 자녀 출산으로 인하여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예비역에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 제28조는 사회복무요원이 복무기관의 장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사전에 받아 다른 직무를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반면에 대체역법은 합숙 복무만 허용되기 때문에 대체복무요원은 자녀가 있더라도 대체복무 기간 동안 자녀 양육과 가족 부양을 할 방법이 없다.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가장인 대체복무요원이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대체역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이혜리, 2021).
<참고 문헌>
1)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서 보낸 시간을 모두 더하면 35,800년이 넘는다고 한다(국제앰네스티, 2016).
2)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3) 헌법재판소 2018. 6. 28.자 2011헌바379 결정 등.
4) 2016도10912 판결과 2011헌바379 결정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에 관한 국내외 논의 전방에 관해서는 ‘강태경/허황/임대근, (2019), 대체복무제도 시행 방안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와 ‘이광수, (2018),대체복무제도의 모델에 관한 연구, 박영사’ 참조.
5)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에 대한 ‘헌법재판소 2004. 8. 26. 2002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합헌)’ 중 재판관 김경일과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 의견.
6) 양현 유엔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RC).
7) 정민규 등 대 대한민국, 개인청원 1642-1741, 2011년 3월 24일에 채택한 견해, 7.3항 참조; 김종남 등 대 대한민국, 개인청원 1786/2008호, 2012년 10월 25일에 채택한 견해 7.4항 참조; Atasoy and Sarkut v. Turkey, 10.4항; 김영관 등 대 대한민국, 7.3항; Abdullayev v. Turkmenistan, 7.7항; Mahmud Hudaybergenov v. Turkmenistan, 7.5항; Ahmet Hudaybergenov v. Turkmenistan, 7.5항; Japparow v. Turkmenistan, 7.6항; Matyakubov v. Turkmenistan, 7.7항; Nurjanov v Turkmenistan, 9.3항; Uchetov v. Turkmenistan, 7.6항; and Durdyyev v. Turkmenistan, 7.3항.
8) 법률 제16852호, 2019. 12. 31., 일부개정 (시행 2021. 1. 1.).
9) 박주민의원안 제33조의28, 전해철의원안 제33조의28, 이정희의원안 제33조의20, 김부겸의원안 제43조의16, 노회찬의원안 제33조의25, 임종인의원안 제43조의14 등 참조.
* 본 논문은, ‘제58회 한국교정학회 추계 온라인 학술대회’(2020. 11. 20.) 발표문을 수정·보완한 것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tgahng@gmail.com)
▶ 접수일(2021. 4. 4.), 심사일(2021. 4. 16.), 수정일(2021. 4. 27.), 게재확정일(202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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