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를 땅 위로 높이 자라게 하려면 그만큼 땅속뿌리가 깊어져야 하는 것처럼, 수용자 인권 신장은 교정공무원들의 노력이 뒷받침됐을 때 가능해진다. 지난해 하반기 법무부로부터 교정 인권 보호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부산구치소 교정공무원들에게 월간 <교정>이 진심 가득한 응원의 선물을 건넨 이유다.
글 민경미 사진 홍승진
사회와 수용자들 사이에서 간격을 좁히는 사람들
배는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러라고 있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범죄자도 교정시설에 있을 때 우리 사회를 좀 더 안전하게 하지만 그곳에서 영원히 격리되는 게 아니라 결국은 사회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이를 수용자 인권의 기본으로 삼은 부산구치소는 사회와 수용자들 사이에서 그 둘의 간격을 좁히는 교정교화에 힘쓰고 있다.
수용자 인권 신장은 교정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겠으나, 지난해 5월 이후 부산구치소 교정공무원들에게는 좀 더 묵직한 과제로 다가왔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수용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수용자 인권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졌고, 이는 새로운 종합 대책 수립과 실행으로 이어졌다.
몇 가지만 예로 들면, 늦은 오후나 야간 시간대에 입소하는 신입 수용자의 경우 심리적 충격으로 자해, 자살 충동 등에 좀 더 노출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심리치료실 직원들이 순번을 정한 후 교대로 매일 밤 9시까지 심리 상담을 진행하며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있다. 또 무적 수용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해 줌으로써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해 주는 절차를 진행하고, 교정교화에 가장 든든한 지지자인 수용자 가족을 대상으로 원할 경우 무료 심리 상담과 법률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수용 거실 내 응급벨 옆에 ‘수용자 생명 존중 캠페인’ 포스터와 표어를 부착해 응급 상황 발생 시 옆 사람이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구치소로는 이례적으로 수용동에 2,000여 권의 도서 문고를 설치했고, 인성교육실과 심리치료실에 수용자들이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잠시나마 여유와 긍정적인 정서를 갖도록 원두커피 머신을 비치해 뒀다.
지난해 하반기 법무부가 교정 인권 보호 상황 평가에서 인권 보호 최우수기관으로 부산구치소를 선정한 것은 이처럼 수용자 인권 신장을 위한 다각적이고도 섬세한 정책을 펼친 결과일 터. 월간 <교정>은 수용자 인권 신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부산구치소 교정공무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수용자 인권이 향상된 만큼 교정공무원이 체감하는 보람 또한 커지길 바라는 마음을 선물 하나하나에 정성껏 담았다.
교정시설 유일의 커피 맛집 예약 ‘원두커피 머신’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지만 천사처럼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며 눈보다는 코에 한없이 친절한 액체. 모든 마실 거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애호가를 거느린 커피는 그 자체의 매력에 사회적 기능까지 덤으로 수행한다. ‘커피 한잔하자’는 말에는 ‘이야기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고, 커피 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해제하고 관계의 밀도를 높여 준다.
자타 공인 커피 예찬론자인 김영식 소장이 부임하자마자 원두커피 머신을 보급한 것도 직원들이 이 같은 커피의 순기능을 가까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다만 500여 명에 이르는 부산구치소 교정공무원을 감당하기에는 원두커피 머신이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 이에 월간 <교정>이 선물한 3대의 원두커피 머신이 앞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 부산구치소 교정공무원의 커피 갈증 해소는 물론이고, 커피 한잔의 여유와 함께 대화의 물꼬를 트고 소통을 키우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까지 얹었다.
평소 드립커피를 즐기며 직접 제조한 드립백을 주변에 선물해 커피 전도사로 통한다는 출정과 신동수 교위는 “앞으로는 근무 중에도 즉석에서 그라인딩한 신선한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기쁘다”며 원두커피 머신을 반겼다. “바쁠 때는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원두커피 머신이 있는 곳까지 다녀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가까운 데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총무과 이창헌 교위는 “한 번에 10잔까지 내릴 수 있다니, 동료들과 커피 타임을 갖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용기록과 박수현 교사도 “이전에는 집에서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왔는데 소장님 덕분에 작년부터는 마시고 싶을 때 바로바로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커피가 주는 행복과 여유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속 가능한 위로와 에너지를 위해 ‘텀블러’
업무에 쫓기다 보면 내가 원하는 온도의 음료 한 잔조차 여유롭게 마시기가 쉽지 않다. 의료과 전병우 교도는 업무 특성상 환자가 대기하는 상황이 잦다 보니 잠시 물을 담으러 다녀올 짬조차 내기 어렵다고. “겨우 담아 와도 몇 명의 환자를 연이어 보다 보면 한 시간은 금세 흐르고, 종이컵에 담긴 물이나 음료는 이미 내가 원하는 온도가 아닐 때가 많다”는 그는 월간 <교정>이 건넨 보온·보냉 텀블러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온도에 맞춰 음료를 먹을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기본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업무인 데다 코로나19로 마스크까지 착용하는 바람에 더 크게 말해야 하는 고충을 털어 놓은 민원과 김종원 교사는 “목을 많이 쓰니 그만큼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텀블러 덕분에 따뜻한 물을 두고두고 마실 수 있어 목 관리가 좀 더 수월해졌다”며 민원과 동료들에게도 텀블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고 전했다. 업무상 운전할 일이 많은 복지과 노형근 운전서기보는 “건조한 차 안에서 운전하는 시간마저 길어지면 음료 생각이 간절해지는데, 앞으로 텀블러를 휴대하면 수분과 함께 에너지도 그때그때 충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보안과 김용표 교위는 “주로 일회용 종이컵을 쓰다 보니 근무를 마칠 때쯤 되면 제법 많이 쌓여 있다”며 “앞으로는 텀블러를 애용해 개인위생과 방역은 물론 이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겨지고 헝클어진 기분까지 쫙- ‘스팀다리미 & 헤어드라이어’
때론 부분이 전체를 좌지우지한다. 살짝 구겨진 셔츠 깃이나 제멋대로 뻗친 한 가닥의 머리카락이 그날의 기분을 결정짓고,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하는 근원이 되기도 하는 법. 분류심사과 장민제 교사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제복을 세탁소에 맡기는데, 어쩌다 사정이 생겨 집에서 세탁하면 다림질 미숙으로 근무 중에 꼭 구겨진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는 장민제 교사. 그럴 때마다 기분까지 구겨지면서 자꾸만 그쪽으로 신경이 꽂혔다는 그는 핸디형 스팀다리미 덕분에 이제부터 제복은 물론 마음의 구김살까지 쫙 펼 수 있게 됐다고 반색했다.
사회복귀과 정석윤 교사가 새 헤어드라이어를 고대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탈의실에 몇 대의 헤어드라이어가 구비돼 있지만 오래사용해 성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바쁜 시간대에 여러 명이 줄 서서 기다리다 보니 충분히 사용하기 어려웠다”는 그는 월간 <교정>이 선물한 최신 성능의 헤어드라이어 덕분에 좀 더 신속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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