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을 읽고
글 김현근(서울지방교정청 교위) / 자료 디스테이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재판이 끝나 형이 확정된 수용자를 대상으로 분류 심사가 끝나고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기 전 남는 시간 동안 영화를 보여 주고 감상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10대 수용자가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벌써 세상의 험한 경험을 많이 하고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이곳까지 온 소년입니다. 영화 속에서 가족들이 모여 삼겹살을 먹는 장면을 본 소년은 감상문에 “삼겹살 먹고 싶다!”라고만 적었습니다. 물론 그 영화를 보여 주면서 우리가 원했던 모범 답안은 ‘가족의 중요성을 깨달음’ 같은 것이었죠.
어릴 때부터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소년은 어느 시골 마을에서 험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비행 청소년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과 달리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경험하지 못하고 지내다 결국 보호시설과 소년원을 거쳐 이곳 구치소까지 온 것입니다. 그런 소년에게는 가족이 모여서 화목하게 지내는 것보다도 당장 교도소 안에서 먹을 수 없는 것, 지금 자신에게 결여된 삼겹살이 더 간절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소년은 아동기에 ‘부정적 경험’을 한 상태입니다. 자신만의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범죄에 영향을 줬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보니 수용 생활을 잘 해낸다 해도 형기 종료 후 사회적 지지 없이 앞으로 사회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영화를 보여 주고 감상문을 받아 오는 게 다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니 좀 더 깊이 연구해 보고자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이라는 책을 보게 됐습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삶에서 트라우마란 어찌할 수 없는 필수 불가분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영화를 예로 들며 트라우마의 개념과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해 나가는 영화 속 주인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소개했기 때문인지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마음에 많이 와닿았습니다. 또한 대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지만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 조금은 가볍게 부담을 덜고 다가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책은 “트라우마는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비밀스러운 경험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뚜렷하지 않아 눈치채기 어렵고 당사자도 정확히 표현하기 쉽지 않다”라고 알려 줍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정인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 학대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떠오른 <아무도 모른다>도 일본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도 트라우마다’라는 부제로 아동기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부모의 돌봄이 없는 것도 트라우마라고 알려 줍니다. 영화 속 네 명의 아이는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엄마에게 버림받고 근근이 살아가던 중 동생이 죽자 시체를 유기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내면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어른들에게 버림받은 영화 속 네 명의 아이는 당연히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결국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평생 동안 트라우마로 남게 될 것입니다.
제가 구치소에서 만났던 수용자들은 앞서 말한 소년 수용자처럼 어릴 때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처럼 어릴 때 안정적인 관계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도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요?
이과 관련해 영화 <와일드>에서는 “몸을 격렬히 움직일수록 마음은 평온해진다”는 말을 해 줍니다. 이 영화에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이를 벗어나서는 어머니가 갑작스레 암으로 사망한 아픔을 겪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가히 트라우마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많은 아픔을 겪은 주인공은 무기력하게 술과 약물에 파묻혀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을 잇는 극한의 트레킹 코스에 도전하기로 합니다. 육체적 피로가 심해지면 결국 자신의 신체 감각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때로는 몸을 격렬히 움직이면서 신체 감각에 집중하며 트라우마를 떨쳐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 더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을 상대하는 부모 또는 치료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청소년은 양육자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경우 트라우마 증상에 악영향을 받는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먼저 양육자가 자신의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고 아이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해 줍니다. 수용자들은 앞서 말한 소년처럼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들을 상대하는 우리 교도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앞으로 좋은 치료법과 약이 개발돼도 트라우마 치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일어날 것입니다. 때로는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이 아닌 ‘상상치 않은 사람들끼리의 연결’을 통해 치유와 화해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가 수용자에게 영화를 보여 주고 감상문을 받는 정도로 그들의 감정에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교도관과 수용자 같은, ‘상상치 못한 사람들끼리의 연결’을 통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꾸준히 심리학을 공부하고 이 책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뤄지기 힘든 일이지만 앞으로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 트라우마 치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슬픔이든 즐거움이든 끝이 나지만,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의 삶은 영화 밖에서 계속됩니다. 그들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등장하는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공감하며 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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