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민근(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아이들은 왜 마시멜로를 참았을까?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유명한 심리 실험이 있다. 무려 30년 이상 이어진 연구다. 이 테스트는 우연히 시작됐다. 한 유치원에서 유아들의 자제력을 알아보기 위해 마시멜로를 이용한 것이 시초였다.
실험에 참여한 유아들에게 15분만 참으면 마시멜로 두 개를 줄 테니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말고 참아 보라고 했다. 600명의 유아 가운데 단 30명만이 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테스트를 통과한
아이와 그러지 못한 아이의 인생은 달랐다. 테스트를 통과한 유아들은 학교 성적이 더 뛰어났고, 좋은 회사에 취직했으며, 연봉도 더 많았다. 마약이나 알코올에 중독되는 비율도 낮았다. 물론 실험에
참가한 유아들이 마시멜로를 참은 이유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참기로 마음먹었으니 참아 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시멜로의 유혹에 빠져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이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누구나 자제력 높은, 책임감 있는 삶을 살고 싶지만 그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다(多)가치 시대 삶의 법칙
가치 변동이 심한 사회에서는 지킬 것과 지키지 말아야 할 것 사이에서도 혼란을 겪게 된다. 지금처럼 많은 가치가 출몰하고, 서로 갈등하는 시대에는 많은 것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제까지
맞던 일이 오늘은 틀린 것이 되는 경우도 숱하다. 그러니 무엇이 맞는가에 대한 각자의 기준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치 기준 없이 어떤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기란 불가능하다. 또 단순히 가치
기준을 세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디테일한 수행 규칙까지 잘 다듬어야 한다. 게다가 저마다 다른 가치 기준 때문에 인간관계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상대와 가치가 충돌할 만한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령 상대를 배려한다고 한 언행이 오히려 상대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서 기분을 상하게 할 때도 많다. 그러니 소통과 공감에 더욱 힘쓰며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가치를 정하고 상대와의 가치 충돌을 조심하며, 그러면서도 자기 가치를 끝끝내 지켜 내야 하기에 우리 삶은 전에 없이 복잡다단해졌다.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고, 피하기만
해서는 잘 살기도 어렵다.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
가치 혼돈의 시대, 일상은 힘들어졌지만 자기 일에서의 책임은 더 중요해졌다. 우리 각자의 일이 갖는 중요성이 커진 까닭도 있고, 나의 잘못 때문에 심대한 나비효과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 탓이다.
사회면을 가득 채운 사건·사고 가운데는 일에 대한 책임을 등한시한 결과로 초래된 일이 무척 많다. 그러니 여러분은 긴 시간을 내서라도 자기 일에서 꼭 지켜야 할 체크리스트를 정리하고, 이를
숙지해 어김없이 지켜야 한다. 단지 주어진 매뉴얼 하나에 의존하지 말고, 일에서 접하는 새로운 상황이나 단계에서 알게 된 바른 대처법을 세심하게 정리해서 이를 철저히 지키는 책임감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어떤 일을 관리·감독 한다면, 반드시 체크하고 실행할 사항을 조금 과하다 싶게 찾아내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물론 일에 대한 이런 태도가 삶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는 걱정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결코 부담만 주지는 않는다. 책임감이 주는 결실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심지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심리학자 브루스 헤디(Bruce
Headey)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한, 15년간의 추적 연구를 통해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3가지 삶의 원칙을 밝혀냈다.
첫째, 그들은 명확한 인생 목표에 따라 살아가고 있었고, 둘째, 그 목표를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절대 변명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며, 셋째, 우정, 사랑, 타인에 대한 봉사 등의 분야에서
건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가져다주는 것이 행복이었던 셈이다. 책임감 강한 삶의 태도가 순간순간 부담을 주지만, 종국에는 자기 인생에 대한 큰 만족과 보람을 안겨
주는 것이다.
신독하는 마음, 평정심의 지름길
다산 정약용은 ‘신독(愼獨)’을 매우 중시했고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 신독은 혼자 있을 때도 언행이나 마음가짐을 조심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산은 신독을 단지 사람이 없는 곳에서 행동과 마음을
조심하는 윤리적 태도로만 여기지 않았다. 다산은 신독에 관해 마치 보이지 않는 감시자가 나를 항상 지키고 있다는 도덕적인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신독의 태도가 아니라 신독의 ‘감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성공한 아이들은 인터뷰에서 규칙을 어겼을 때 자신에게 나쁜 감정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 잘 참고 조심했던 것이다. 그 아이들은 자신이 꼭 지켜야 할 것을 책임감
있게 지켜 나간 덕분에, 이후 좀 더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여러분도 신독을 통해 만족과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책임감을 저버리도록 유혹하는 많은 것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책임감을 어겼을 때 생길 일을 미리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 참담함을 겪지 못했기에 쉽게 유혹에 넘어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혜란 어쩌면 그런 유혹을 미리 알아차리고, 그 결과를 미리
통찰할 줄 아는 혜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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