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식 투자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식을 보유 중인 사람은 919만 명으로, 전년보다 300만 명이나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신규 계좌 개설이 폭증하고 있어 이미 1,000만 명은 가뿐히 넘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안재만(조선비즈 증권팀장)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사람들의 인식
대부분의 사람이 전대미문의 전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관념이 더 강화된 듯하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주식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다.
주식은 잘하기도 어렵지만 잘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어렵다. 같은 종목을 비슷한 시점에 사도 수익률은 천양지차인 것이 주식이다. 주식이란 것이 원체 어렵기에 조언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널리 통용되는 성공 원칙을 4가지 정도로 나눠 전해 보고자 한다.
나의 주식 투자 스타일을 파악하라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주식 투자 성향도 다르다. 일단 본인이 어떤 성향인지를 알고 그에 맞는 매매 방법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주식을 하나 사 두면 소액만 샀는데도 수시로 가격을 확인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이 있다. 쳐다보지 않으면 폭락하지 않았을까 겁을 먹고, 조금이라도 수익권에 있으면 배시시 웃는 것이다. 반면 수억 원의 전세금 목돈을 주식시장에 넣어 놨는데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사람이 있다. 만약 내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목돈을 급등락주에 넣는 매매 패턴은 버려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건강만 잃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해외 증시나 암호 화폐 투자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필자도 사실 주가를 수시로 확인하는 스타일이었다.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시세를 보고 싶어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린 적이 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주로 리츠(REITs)나 배당주 위주로 매매한다. 리츠는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한 뒤 투자자들에게 고배당을 하는 상품이다. 연 5~7%의 배당을 지급하는 상품이 많은데, 배당을 많이 집행하다 보니 주가 변동은 크지 않은 편이다. 손실 확률이 적은 대신 큰돈을 벌기도 어렵지만, 은행 이자보다는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마음이 평화로워 추천한다.
반대로 ‘나는 대범하고, 손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주의라면, 공부를 꼼꼼히 한 뒤 다음번 시장 주도주를 찾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이후 2차 전지, 바이오, 반도체 등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그렇다면 2022년 주도주가 무엇일지 열심히 공부한 다음 매매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손해 보지 않을 타이밍에 들어가라
필자는 ‘잃어도 되는 돈만 주식 투자 하라’와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 잃어도 되는 돈이란 없다. 주식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돈을 벌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워런 버핏도 주식 투자에 대한 2가지 조언이 있다면서 “첫째, 손해를 보지 마라. 둘째, 첫 번째 원칙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손해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손실에 다다르면 손해 보고 주식을 파는, 이른바 손절매 원칙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아예 손해 보지 않을 상황을 찾는 것이 좋다.
필자는 손해 보지 않을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로 폭락장 때 주식을 매매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물론 현재는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폭락장은 아니다. 만약 지금 주식을 시작한다면, 당장은 배우겠다는 자세로 소액만 투자하다가 나중에 증시가 폭락한다면 그때 준비해 놨던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매매를 추천한다. 일단은 예비 투자금의 20% 정도로 시작해 보자. 증시가 떨어질 때 매매하면 당연히 이익을 내기 쉽다. 필자도 20년의 주식 경력 중 가장 많은 돈을 넣었던 시점은 2008년, 그리고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때였다.
확신이 없다면 사지 마라
주식을 많이 사고, 오래 버틸 수 있으려면 스스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자고로 남이 추천한 주식을 오래 들고 있기란 어렵다. 아무래도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확신이 없다면 20~30%의 수익만 발생해도 빨리 팔아 버리고 싶다. 이 수익이 금세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좋은 종목이라면, 혹은 다른 종목을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계속 보유하는 것이 낫다. 주식 투자를 조금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좋은 주식은 다른 종목보다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확신을 가지라는 것이 아무 종목이나 맹신하란 의미는 아니다. 확신을 가지려면 그 종목을 잘 알아야 한다. 마치 그 회사의 사장이라도 된 것처럼 공부해야 한다. 이유 없이 맹신하는 것은 사이비 종교와 같고, 이유를 확인하고 믿고 기다리는 것만이 투자다.
절세 혜택 있는 ISA 계좌 만들자
주식을 새로 시작하는 투자자라면 ISA 계좌를 만들라고 권한다. ISA 계좌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편입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이 계좌에서 주식을 매매하면 세금 혜택이 있다. 일단은 배당소득세나 금융소득세에 대해서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수익의 200만~400만 원이 비과세되고, 200만~40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9.9%의 세율을 매긴다.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는 주식 투자 이익에 대해서도 과세할 계획이다. 연 수익이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에서 5,000만 원을 뺀 나머지 수익에서 20%를 과세할 예정이다. 그 시대가 되면 ISA 계좌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참고로 ISA 계좌는 매년 2,000만 원씩만 입금할 수 있다. 지금 만들어 두면 2023년에는 6,000만 원을 입금할 수 있으니 당장은 필요가 없을지라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