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자연이 수놓은
‘비경의 고을’ 청송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품은 ‘비경의 고을’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 우뚝 솟은 바위마다 지구의 신비로운 과거를 새겨 두었다. 희귀한 지질과 함께 오래된 고택들은 청송의 세월을 묵묵히 대변한다. 경북북부제2교도소는 ‘솔처럼 푸른’ 청송(靑松)의 청정한 자연 속에서 지역사회의 안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사진 협조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은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의 회귀가 흥미진진하다. 1억 년 전 청송은 거대한 호수와 공룡의 땅이었다. 제주도 외에 국내 내륙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곳은 청송이 첫 번째다. 경북북부제2교도소는 독특한 지형을 간직한 청송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다. 1993년 기존 청송교도소의 수감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세운 경북북부제2교도소는 광덕산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세 곳의 경북북부교도소 가운데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중경비 교정시설로서 엄정한 수용 관리에 앞장서고 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대자연의 미스터리는 청송의 땅 곳곳에 펼쳐져 있다. 청송 서쪽의 신성계곡은 청아한 물줄기와 낯선 퇴적 지형이 뒤섞인 곳이다. 신성계곡은 주왕산과 더불어 세계지질공원의 양대 대표 권역이다. 1억 년 세월의 계곡을 따라 백악기 곡류천, 흰 돌개구멍, 공룡 발자국 화석 등이 이어진다.
방호정 감입곡류천은 백악기의 퇴적 지형이 만들어 낸 구불구불 휜 하천이 인상적이다. 융기로 치솟은 바위 위에는 방호 조준도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세운 정자가 수려한 풍광 속에 홀로 서 있다. 흰 돌 계곡인 백석탄은 청송의 숨은 보석으로 사랑받는 최고의 지질 명소다. 흰 퇴적암들과 소용돌이 물길이 항아리처럼 오목한 구멍을 빚어낸 형상은 외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신성리 일대는 백악기 공룡들이 서식했던 호숫가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다. 방호정에서 백석탄에 이르는 12km 신성계곡길은 청송 8경 중 제1경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선 시대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홍여방은 그의 기행문에서 “산세가 용이 날아오르는 것 같고, 냇물은 마치 가려다 오는 것 같다”고 청송 땅을 표현했다. 용이 승천하듯 신령스러운 산세를 지닌 명산이 바로 주왕산이다. 주왕산은 대부분이 협곡이다. 기암단애는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굳어진 뒤 침식해 형성된 암석 봉우리들의 모양새다.
주왕산은 웅장한 산세와 함께 넉넉히 둘러보는 사색의 산이다. 주왕산 초입, 대전사에서 바라보면 기암 봉우리는 ‘부처님 손’이라는 별칭답게 절 마당을 감싸듯 솟아 있다. 봉우리는 주왕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당나라 ‘주왕’의 전설이 담겨 있으며 정상부는 노송이 서식한다.
대전사에서 용추폭포까지는 평이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 좌우의 시루봉, 학소대, 용추협곡 등 돌의 향연은 거칠고 아슬아슬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골이 모두 돌로 되어 있어 마음과 눈을 놀라게 한다”며 주왕산의 절경을 칭송했다.
청송을 대표하는 빼어난 명승은 주산지다. 300년 세월을 간직한 못은 국가 지정문화재 명승 105호에 등재돼 있다. 오색 단풍으로 유명한 주산지는 여름이면 무성한 녹음의 세상이다.
용추협곡의 주왕산 반대편에는 수려한 절골계곡이 흘러내린다. 주산지는 절골계곡의 들머리에 자리한 저수지다. 1721년 조선 경종 때 준공된 못은 300년 동안 마르지 않는 세월을 지켜 왔다. 산자락에서 흘러내려 한데 모인 물은 농사짓는 데 활용됐다.
산책로를 10여 분 걸어 전망대에 오르면 주산지의 정취가 한눈에 담긴다. 신비의 못은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 가장 단아하다. 물속에 뿌리를 둔 왕버들은 주산지의 상징으로 못과 함께한 강건하면서 고즈넉한 자태다. 주산지는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해외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내듯 초록과 물이 빚어내는 풍광은 유수한 세월이 흘러도 경이롭다.
고택의 온기는 청송 나들이의 격을 높인다. 파천면 덕천마을은 송소고택 등 청송의 옛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이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송소고택은 청송 심씨가 대를 이어 살던 가옥으로, 경북북부제2교도소 직원들이 가장 추천하는 청송의 명소 중 하나다. 바쁘게 돌아가는 교정 업무에 지칠 때 직원들이 에너지를 채우고자 이따금 찾아가 힐링하는 공간이다.
만석꾼의 후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지은 99칸짜리 한옥은 솟을대문과 빛바랜 흙담이 인상적이다. 청송 심씨는 세종대왕의 비인 소헌왕후를 비롯해 왕비와 정승을 두루 배출한 명문대가다.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250호)인 송소고택은 솟을대문 안쪽 작은 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안채에 드나드는 여인들이 사랑채의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세운 헛담으로 송소고택의 주요 볼거리다. 사랑채, 행랑채 등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으며 마당에서 제기차기, 투호 등 전통 놀이를 할 수 있다. 고택을 따라 더딘 산책이 이어지는 덕천마을은 2011년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송정고택, 창실고택, 찰방공종택, 경의재 등 옛 한옥이 자리했으며 숙박과 함께 농사짓기, 천연 염색 등 시골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덕천마을 외에 중편선비마을에서도 솔숲과 어우러진 고택들을 만날 수 있으며, 주왕산관광단지 민예촌은 백자 체험을 곁들인 한옥 숙박이 가능하다. 청송읍 내에 소헌왕후를 기린 누각인 찬경루도 단아한 한옥 야경을 뽐낸다.
청송 달기약수는 우리나라 3대 약수로 손꼽는 곳이다. 부곡리 부곡계곡 일대에는 약수 샘이 10곳이 넘으며 인근 식당들은 달기약수로 끓인 닭백숙과 삼계탕을 내놓는다. 달기약수는 바위틈에서 ‘꼬르륵’ 약수 솟는 소리가 마치 암탉이 알을 낳을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해 ‘달계’라는 이름이 붙은 데서 유래했다.
달기약수는 탄산과 철분을 함유해 톡 쏘는 맛이 있고,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졌다. 달기약수 닭백숙은 1970년대부터 큰 인기를 끌었으며 약수에 포함된 철분 성분이 닭 특유의 잡내와 기름기를 없애 담백함을 더한다. 여기에 인삼, 황기 등 다양한 약재가 들어간 삼계탕은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닭고기를 산나물 장아찌에 싸 먹는 맛이 독특하며, 이곳 식당들은 닭 가슴살로 ‘닭불고기’를 내놓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