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
강학중 소장은 21년 전, 국내 최초로 가정경영연구소를 설립한 인물이다. 공동체의 최소 단위로 가정의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해진 지금, 가정경영 전문가인 그를 만나 좀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글 이경희
사진 홍승진
21년 전, 가족을 말하다
2000년 1월 6일, 강학중 소장이 그 이름도 낯선 ‘가정경영연구소’를 열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도 안 되는 연구소의 소장 직함이 대형 출판사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등가교환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대표이사 자리에 앉고 보니까 이게 평생을 목매달고 추구해야 하는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평생 연륜을 쌓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죠. 당시
우리 회사의 사시가 ‘건강한 가정’이었는데 제가 경영을 해 보니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조직원들이 자기 일에 전념을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적성과 소질에 맞는 일,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연구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새로 시작한 삶에서 교수나 학자가 되고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배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경영학으로 석사까지는 했지만 가정경영연구소를 시작하니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가족관계학 전공으로 경희대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이후 그는 MBC <러브하우스> 등에 출연해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가정경영 전문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했다.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강학중 소장이 전하는 가족에 대한 메시지는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 큰 울림을 가져다줬다.
“지금은 가족, 가정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많지만 20년 전만 해도 그런 게 별로 없었어요. 하물며 남자가 가족에 대해서 말하는 경우는 더 없었죠. 누군가는 선견지명이라고 말하지만 제가
추구했던 가치가 시기적절하게 때를 맞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는 시기가 잘 맞았다며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실제 강학중 소장의 등장 이후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과 조직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면서 중요한 사회 기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교육·교화의 기적을 믿는다
강학중 소장은 “현대사회에서는 가족이 행복해지기가 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전통적 개념이 도전을 받으면서 이제 가족은 ‘누구와 살아도 같이 유대를 갖고 챙겨 주며 사랑하는
사이’로 그 개념이 확장됐다.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과 복잡한 상황 속에 갈등이 발생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좀 더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학중 소장은 높아지는 범죄율과
잔혹 범죄의 증가가 불행한 가정, 가족 붕괴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것일까?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범죄가 가정, 가족으로부터 출발하는 건 아니지만 거의 예외 없이 그 씨앗은 가정에서 잉태해요. 홧김에 방화하고 ‘묻지 마 살인’을 하고 술 취해서 폭력을
행사하고…. 이런 것들이 가족 문제, 부모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싹이 커져서 폭발하는 거죠.”
그래서 강학중 소장은 교정본부가 실시하고 있는 ‘가족관계회복프로그램’에 대해 “너무나
좋고, 아주 반가운 일”이라고 반색했다.
“자신이 지금은 비록 죄를 짓고 교도소나 구치소에 들어와 있지만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가족이 바깥에 있다면 당연히 이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어 합니다. 규칙을 지키고 사고를 덜 치는, 소위 말하는 모범적인 수용생활을 하게 되는 거죠. 가족과 연결하는 교정본부의 교육·교화 프로그램 효과는 재범률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봅니다.”
강학중 소장은 수용자 관리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교도관들의 행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이들의 행복이 곧 교정기관의 행복과도 연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큰 직군일수록 이를 해소하는 자신만의 건강한 방법을 많이 찾아야 합니다. 술, 도박, 게임 등 건강하지 못한 방법은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든요. 개인적으로 자연이 주는 치유 효과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등산, 텃밭 가꾸기, 목공, 반려동물 키우기, 반려식물 가꾸기 등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세요.”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
강학중 소장은 또 교도관들에게 행복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정에서 행복해야 일터에서도 웃을 수 있고 자신의 일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대 근무 때문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교도관들에게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수단을 충분히 이용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들을 위해 SNS, 카카오톡, 문자, 화상통화, 손 편지, 메모 등을 활용하세요. 사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게 절대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문제는 얼마큼 양질의 시간을 보내는가 하는 부분이에요. 가족 간의 대화도 습관이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 때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해요. 다만 그 얘기가 꾸지람이나 지적, 타박이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가정 안에서 배우자는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삶의 동반자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가정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재충전한 교도관은 일터로 돌아와 수용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용자들은 죄를 짓고 들어온 명백한 가해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건강한 가정과 사회의 지지 기반이 없었던 사람이기도 한 것. 자신의 욕구나 욕망을 표현하는 건전한 수단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교도관이 내민 커피 한 잔과 관심이 내재된 말 한마디 등은 뜻밖의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도관은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스스로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수용자들은 교도관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만으로도 인생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도관분들께서 배우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고민하면서 가정의 행복을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교정본부 웹진 구독신청을 하시는 독자분들에게 매월 흥미롭고 알찬 정보가 담긴 뉴스레터를 발송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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