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미선(라디오 작가)
유병록 시인의 ‘식구’라는 시가 있습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집는데 /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 한번에 먹자 하니 입속이 먼저 짜고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 나머지 한 장을 떼내어 주려고 /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 이런 게 식구이겠거니 /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 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깻잎 한 장 떼어 주려고 순식간에 모여드는 젓가락. 가족은 그런 거겠죠. 곁에 있어 주고, 기다려 주고, 붙잡아 주는 존재.
도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를 만나러 고향에 온다고 소식을 전해 옵니다. 오랜만에 아들을 보는 거라 반가워해야 하지만 어머니는 걱정이 앞섭니다. 형편이 나빠져서 살던 집이 남의 손으로 넘어갔는데 아들에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장 아들을 재울 방 한 칸이 없었던 어머니는 새 주인에게 사정해서 하루 동안 집을 빌립니다. 이제는 남의 집이 된 옛집에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함께 잠을 잡니다.
다음 날,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어머니와 아들은 쌓인 눈을 헤치며 길을 나섭니다. 동구 밖까지만 바래다주겠다던 어머니는 마을 뒷산까지 배웅해 주겠다고 따라나서고, 뒷산에 도착한 다음에는 신작로까지만 데려다주겠다고 나섭니다. 아들의 반대에도 어머니는 눈길에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조금씩 이별의 시간을 뒤로 미루다가 어느새 차부까지 따라옵니다. 하지만 몇 마디 나눌 사이도 없이 아들은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차를 타고 떠나 버립니다. 혼자 남은 어머니는 아들이 떠난 길만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돌아간다고는 하지만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이제는 집도 없는데 말이죠. 눈밭 위에는 아들의 발자국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는 울면서 아들의 발자국을 한 발 한 발 따라 걷습니다.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 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 거라.” 그때 눈길을 밟으며 함께 걸었던 아들과 어머니는 이청준 작가와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이 서글픈 동행은 나중에 작가의 소설 <눈길>로 다시 태어납니다. 어려운 살림에도 한평생 아들 뒷바라지에 헌신적이었던 어머니는 말년에 치매에 걸리게 되는데요. 설날 고향에 찾아온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반가워하며 말합니다. “손님 오셨구마. 우리 집엔 빈방도 많으니께 편히 쉬었다 가시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아들도 몰라보고 반가운 손님 대하듯 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보는 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던 아들은 작가로 성공하고 나서 아마 많은 사랑을 전해 드렸을 겁니다. 그래도 해 드리지 못한 일, 함께 하지 못한 일들이 더 많이 마음에 남아 후회가 됐을 겁니다.
우리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을 수도 있죠. 뒤로 미뤄 둔 일들과 하지 못한 말들은 어쩌면 영원히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쓴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주 사이 좋은 자매가 있었습니다. 언니와 동생은 함께 누워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어느 날 밤, 동생은 문득 언니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굳이 말로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둘 다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날 밤은 왠지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에게 얼마나 좋은 언니인지. 하지만 동생은 그날 그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합니다. 내일도 있고 그다음 날도 있고, 그들에겐 함께 할 수많은 날이 있다고 믿었던 거죠. 하지만 동생은 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영원히 할 수 없게 됩니다. 다음 날, 도시는 갑작스러운 폭격을 받게 되고 동생은 언니를 잃게 되거든요. 오랜 세월이 지나 할머니가 된 동생은 손자에게 안부를 전할 때마다 사랑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늘 당부하죠. “사랑한다는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한단다. 사랑한다, 얘야.”
김재진 시인은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라는 시에서 묻습니다.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 아프지 않고 / 마음 졸이지도 않고 /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 얼마나 남았을까 / (중략) /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 (중략) /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은 압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다음에 함께 하자고 미뤄 뒀던 일은 기회가 없고,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결국 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마음을 전하는 것도 지금.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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