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구치소 교사 진명언
‘하늘이 제철이다’란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계절. 수원구치소 진명언 교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 ‘드론 교도관’이라는 생애 첫 부캐의
꿈을 그렸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선 날, 막연했던 상상 속 부캐와의 싱크로율을 점점 높여 나가는 사이 마침내 드론도, 부캐의 꿈도 훨훨 날았다.
글 민경미
사진 이정도
※ 5월호 ‘부캐를 부탁해’의 드론 교육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해 이뤄졌으며, 지자체의 사전 승인을 받은 드론 전용 비행장에서
진행했습니다.본캐와 부캐의 융합을 상상하다
진명언 교사의 본캐는 수원구치소 의료과 소속의 8년 차 교정공무원이다. 본캐의 연장선에서 역량을 북돋는 한편 부캐를 통해 이제껏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다는 진명언
교사. 좀 더 구체적인 계기와 기회는 문밖에서 대기라도 한 양 금세, 순차적으로 다가왔다.
“소방공무원인 형이 어느 날 드론 얘기를 들려줬어요.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드론을 띄워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덕분에 불길을 더 빨리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는 거였죠.”
이야기를 듣자마자 화재 현장이 교정시설로 자동 전환되면서, 교정시설에 드론을 띄워 보안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상상을 했다는 진명언 교사는 그 길로 드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곧바로 기회도
열렸다. 월간 <교정>의 ‘부캐를 부탁해’ 코너를 통해서였다. SF와 다큐를 넘나드는 드론에 ‘드며들다’
드론에 입문하기 위해 수원벤처밸리 내 드론스쿨을 찾기 전까지
진명언 교사는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드론을 떠올렸다. 드론을 실물로 보는 것도 이날이 처음. 그래서일까. 마스크를 썼음에도 설렘과 기대는 가려지지 않았다. 이런 마음을 모를 리 없는 10년
경력의 드론 전문가, 드론스쿨 조현준 대표는 지금이 드론에 입문하는 데 최적기라는 말로 진명언 교사의 선택을 환대했다.
“10년 전만 해도 드론 비행에는 여러 한계가 따랐어요. 당시엔 5분 비행도 버거웠는데, 2010년 이후 배터리 기술이 진화하고 카메라
소형화, 통신 기술 발달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은 30분은 거뜬히 비행할 수 있죠. 또 작동이 미숙하면 이착륙 시 훼손될 만큼 기체가
약하고 허술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 드론은 기체의 안정성도 매우 좋아졌어요.”
이런 이유로 과거에는 비행술이 90%를 좌지우지했다면 지금은 10%로 줄어들 만큼 드론 작동이 수월해졌다는 게 조현준 대표의 설명. 물론 비중과 상관없이 비행을 위한 기본 교육 이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 그는 실전 교육에 앞서 드론의 종류와 폭넓은 쓰임새는 물론이고 한계까지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조현준 대표에 의하면 드론은 대형 마트 장난감 판매대에서 파는 25g가량의 초경량부터 성인 2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100kg이 넘는 것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쓰임새 또한 비교적 흔하게
사용하는 촬영용 드론부터 농약 살포, 인명 구조, 배달, 정찰, 스포츠 등 폭넓다. 온전히 상상력의 영역이었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SF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 드론을 이용하면 당장
눈앞의 다큐로 펼쳐질 수 있다는 것. 이쯤 되면 진명언 교사의 머릿속에서도 드론의 활용 영역이 무한 팽창하면서 궁금증이 마구 부풀었을 터. 가장 궁금했던 교정시설 내에서 드론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부터 구했다.
“교정시설에서 보안과 수용자 관리는 매우 중요한데요. 최근 일부 유튜버가 지방 교정시설에 드론을 띄워 불법 촬영하려는 시도가 발생한 걸 보면서 드론으로 이를 순찰하거나 제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드론의 순기능이 커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국내외에서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외부와 격리된 교정시설 또한 이들의 타깃 중 하나인데, 해외 교정시설의 경우 드론을 악용한 사례가 제법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멕시코의 한 교정시설에서 외부로부터 드론으로 담배나 약물 등을 반입하려다 적발된 일이 있었다.
조현준 대표의 조언은 이에 대한 답변이자 해결책으로 명쾌했다. 진명언 교사의 생각처럼 교정시설 내 보안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효과는 기본이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방역은 물론
모기를 비롯한 해충 방제까지 드론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불법 촬영이나 물품 반입을 위해 침입한 드론을 전자파로 제지하는 안티드론 기술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쭌프로’가 인정한 드론 교도관 ‘찐프로’
실내에서 영상과 기체를 보며 이뤄졌던 교육은 실전을 위해 이동한 야외 드론비행장에서 한층 생동감 있게 진행됐다. 훅을 날리기 전 여러 번 잽을 날리는 권투 선수처럼 진명언 교사는 교육 내용을 복기하듯 한참을 연습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비행에 나섰다. 결과는 완벽한 성공. 진명언 교사의 몇 가지 손동작 끝에 드디어 드론이 반응하는가 싶더니, 상승 방향으로 레버를 조정하자 이내 고개를 90도로 꺾어야 할 만큼 높이 치솟았다.
드론을 작동하며 슬슬 손맛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또 다른 세계인 안티드론 체험의 기회까지 주어졌다. 조현준 대표가 안티드론 개발 기업인 삼정솔루션 최춘화 대표에게 협조를 구해 전자파를 발사하여 비행 중인 드론을 제지하는 안티드론 기술을 접하게 해 준 것이다. 교육을 진행하며 진명언 교사에게서 드론 교도관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드론 교도관에 대한 진명언 교사의 바람 또한 기꺼이 스승이 되어 준 조현준 대표 덕분에 한층 선명해졌다.
“직접 드론을 작동해 보면서 드론의 매력에 더욱 깊이 빠졌어요. 수용자 인권 문제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게 우선이지만, 앞으로 교정시설의 보안과 관리에 드론이 매우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정 업무에 드론을 접목하는 드론 교도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격증 취득부터 착실히 준비해야겠어요.”
진명언 교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국가자격증 종류와 취득 방법부터 국토교통부에서 공공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드론 관련 공공임무특화교육 정보까지 아낌없이 전수해 주는 조현준 대표. 그는 애제자로 인정하고 신뢰한다는 의미에서 진명언 교사를 위한 부캐명까지 직접 지어 줬다. 자신의 별명인 ‘쭌프로’에서 가져온 ‘찐프로’가 그것.
“지금까지 많은 이에게 드론 비행 기술을 전수해 왔지만 진명언 교사는 드론에 임하는 자세부터 다른 사람들과는 사뭇 달랐어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습득력도 매우 높아 앞으로 드론 교도관 ‘찐프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조현준 대표의 도움으로 드론 작동에 필요한 10%의 비행술을 익혔다면, 감각을 익히고 활용 아이디어를 넓혀 가는 건 순전히 진명언 교사의 몫. 드론이라는 새롭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에 성공적으로 접속한 뿌듯함에 부캐명까지 덤으로 받은 진명언 교사. 머지않아 본캐와의 케미스트리를 보여 줄 부캐, 드론 교도관 ‘찐프로’의 힘찬 비상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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