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성준(서울동부구치소 교위)
2019년 9월 14일, 전 세계를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드론을 이용한 테러를 당한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던 초소형 비행체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 드론과 관련된 산업의 급성장은 생활의 편리함과 디지털 뉴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드론 기술은 유인 탑승 드론을 논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주거 시설 불법 촬영과 관련된 사례가 심심치 않게 뉴스로 방송된 적도 있습니다. 드론의 무서움은 작고 빠르며 사람의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점입니다. 드론이 점점 소형화되고, 가격도 저렴해지면서 올해부터는 드론 조종 자격이 4종으로 차등화 및 세분화됐습니다. 세분화는 소형 드론의 생활화를 의미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상반기 이후 여행 등 외부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드론 사용은 더욱 빈번해지고 관련 사건·사고도 증가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지만요. 그러나 교정시설 인근이나 교정시설을 목표로 드론을 이용한 부정 물품 반입 시도 등은 충분히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부족한 지식이지만 드론과 안티 드론에 관한 짧은 소견을 말해 봅니다.
드론은 아이들 장난감처럼 귀여운 제품부터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군사용 드론까지 많은 곳에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법과 제도가 미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초소형화하고 있어 드론에 대한 피해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용처와 피해 사례가 누적될수록 안티 드론 기술에 대한 관심은 증가할 것입니다. 과거의 드론은 주로 군용 무인기에 중점을 뒀으나 최근엔 취미용에서 상업용으로 점차 영역이 확대돼 민간용 드론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론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전망 등은 걸음마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드론을 통한 위협은 소형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를 인지하고 방어하기가 매우 어려운 반면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테러 집단이나 불법 사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악용되기 쉬울 것입니다. 국가 시설은 많은 비용으로 건축되지만 대부분의 출입문과 공중 등은 인적·물적 출입 통제나 CCTV를 통한 물적 방호에 그치고 있어 공중 보안에 매우 취약한 형태입니다. 대부분의 교정시설도 주로 CCTV와 감지기를 통한 물적 계호 위주라 공중 보안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발전소 등 국가 시설은 콘크리트 건축물에 불과하지만, 교정시설의 경우 건축물 내에 수용자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드론을 이용한 테러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면 인적·물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고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클 것입니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드론이 더욱 소형화되고 운송 능력(장거리 비행)이 향상돼 먼 곳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이라는 드론이 상용화됐다는 소식을 접하셨을 것입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개인 항공기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드론입니다. 이제 단순한 부정 물품을 넘어 유인 탑승 드론을 활용한 탈옥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담배와 같은 단순 소비성 부정 물품 반입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몇 년 전 남미에서 헬기를 통한 교도소 탈옥 사건이 발생했다는 해외 토픽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웃어넘길 일이 아닐 것입니다. 드론을 이용한 탈옥은 아직 가능성이 희박하나 부정 물품 반입 및 반입 시도 소식은 외신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해외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부정 물품 밀반입 적발 사례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2015년 8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교도소에서 드론을 통해 마약, 스마트폰, 흉기 등을 반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영국, 독일, 호주 등 여러 나라의 교정시설에서 금지 물품 반입 시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와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에서도 반입 계획을 넘어 실제로 반입을 시도하는 상황이 발생하리라 생각됩니다. 소형 드론과 저소음 드론의 등장으로 교정시설 촬영 및 부정 물품 반입도 용이해졌기 때문입니다. 고층형 교정시설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에 취약할 수 있고, 방사형 교정시설은 담배 등 부정 물품을 운동장 등 약속된 장소에 투하한 뒤 홀연히 사라지면 이를 알아채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드론을 이용한 아파트 불법 촬영 뉴스를 통해 유추해 볼 때 드론으로 교정시설 외곽 등을 불법 촬영하는 데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해킹 기술이 발달할수록 백신 프로그램도 발전하듯이 불법적인 드론 사용이 증가할수록 이에 대항하는 ‘안티 드론 기술(Anti Drone Technology)’에 대한 관심과 기술도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교정시설에 안티 드론 기술을 도입하는 데 대한 논의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티 드론 기술은 영상 탐지, 음향 탐지, Wi-Fi 탐지, 라디오 주파수 탐지, 포획(고정형, 휴대용) 등 드론 기종과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정시설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기술 도입과 활용 여부에 관해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교도관은 인적·물적 계호뿐만 아니라 공중 방호까지 책임져야 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고 여겨집니다. 재앙의 근원을 예방한다는 의미의 ‘곡돌사신(曲突徙薪)’을 기억하자는 말로 짧은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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