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과 클럽하우스로 대두된
음성 기반 서비스가 각광받는 이유
글 민용준(영화 저널리스트&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전화기가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마트폰을 전화하는 용도로만 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삶에서 필수 불가결한 도구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집도 본다. 스마트폰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시대다. 뿐만 아니라 정보도 얻고, 관계도 유지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아도 정보 검색이 가능하며, SNS나 메신저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확인하거나 안부를 묻는다. 가끔은 스마트폰을 통해 삶을 유지하는 건지, 삶이 스마트폰을 통해 유지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취미 생활도 스마트폰을 통해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은 당연하고 OTT에 접속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음악도 듣고, 책도 읽을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보고, 듣고, 읽는 낙을 모두 섭렵할 수 있다. 매월 저마다의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적정 요금만 결제하면 스마트폰이 변신한다. 극장이나 TV가 되기도 하고, MP3가 되기도 하며, 전자책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혼자 놀기도 수월한 시대다.
지금은 구독 서비스 시대
‘넷플릭스’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넷플릭스’ 이전에도 스마트폰 혹은 스마트 디바이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는 있었지만, 월정액으로 플랫폼 내에 있는 모든 작품을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로 수많은 신생 OTT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이제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즐긴다는 건 보편적인 경험이 됐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새로운 형식의 구독 서비스를 소비하게 만드는 진입로 같은 역할을 했다.
전자책 서비스의 성장은 출판계의 불황을 염두에 뒀을 때 아이러니한 결과다.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진단에 반문하는 새로운 처방과도 같다. 책을 구매한다는 건 책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책을 읽는다는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그리고 ‘밀리의 서재’나 ‘리디북스’ 같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는 단행본마다 개별적으로 전자책을 구매해서 단말기에 보관해야 했던 기존 전자책 시스템과 달리 서점에서 책을 읽듯이 원하는 책을 골라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간편하고 수월하다.
책을 ‘읽는다’가 아니라 ‘듣는다’
스마트폰으로 장시간 활자를 읽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종이책을 구매해서 보는 건 성가시다. 책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버릇이 들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건 쉬운 일이다. 넷플릭스든, 유튜브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본다는 것도 일단 듣는다는 행위를 기본적으로 괄호처럼 안고 있는 경험이다. 그런데 만약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듣게 만든다면?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디오북이다.
어쩌면 앞으로 ‘읽다’가 아닌 ‘듣다’라는 말로 책의 감상을 물어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대신 듣는, 오디오북 이용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오디오북 서비스 업체 ‘윌라’는 최근 2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일찍이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밀리의 서재’나 ‘리디북스’에서도 오디오북 서비스 비중을 늘려가고 있으며 출판사에서도 종이책 출간과 함께 오디오북을 함께 공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도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디오북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목소리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을 전제로 한 서비스인 이상 좋은 목소리가 아니라면 듣기가 어렵다. 마치 탁한 불빛 아래 책을 읽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좋은 목소리를 가진 성우들은 오디오북 제작 과정에서 1순위로 꼽히는 인재들이다. 그리고 좋은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도 오디오북 제작에 참여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김태리’가 읽어주는 <오만과 편견>이나 ‘이제훈’이 읽어주는 <노르웨이의 숲> 등, 유명 배우들의 ‘꿀보이스’로 책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마트폰이라는 언어의 광장
한편에서는 ‘클럽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오북을 이야기하다 별안간 ‘클럽하우스’를 운운하는가 싶은 이들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클럽하우스’란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댄스 플로어가 자리한 클럽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는 오디오 서비스 기반의 신생 SNS ‘클럽하우스’를 말하는 것이다. 아직까진 안드로이드폰으로는 접속이 불가능하고, 아이폰으로만 이용이 가능한 베타 서비스 기간이지만 이미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 달한다고 평가를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끈 건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사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이었고, 실제로 국내에서도 유명 연예인과 대기업 회장들이 연이어 ‘클럽하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어당겼다. ‘클럽하우스’는 영상이 아닌 음성 기반 서비스란 점에서, 기록으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 휘발되는 SNS라는 점에서 ‘신박한’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온전히 각자의 세계에 몰입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 같았지만 결국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지 않는 언어의 광장을 찾아간 것이다.
‘오디오북’과 ‘클럽하우스’의 유행이 얼마나 지속되는 흐름을 이어갈지는 몰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 같진 않다. 책을 읽는 세대와 책을 듣는 세대의 차이가 책이라는 형태를 어떻게 규정하는 결과로 다다를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지식의 보고이자 유희의 산물인 책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만 같다. 그리고 아무리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 해도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나누는 즐거움 역시 인간의 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클럽하우스’가 증명하는 것 같다. 결국 보고 읽은 만큼 듣고 말하고 싶은 법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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