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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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
최고의 방안, 백신 접종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
&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전문의
기모란 교수
불확실성이 짙은 시대에는 온갖 예측과 전망이 난무한다. 이런 때일수록 내공에서 다져진 통찰과 혜안으로 중심을 잡아 줄 전문가의 존재가 절실한 법. 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전문가 의견을 인용할 때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 기모란 교수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오는 4월 중순 감염병에 취약한 집단 시설 종사자에 해당하는 교정공무원들의 백신 접종이 예정된 가운데, 기모란 교수를 만나 백신 접종에 대한 생각과 향후 방역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해 들어 봤다.
민경미 사진 홍승진
실패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교훈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에 있는 기모란 교수 연구실에 가려면 ‘암’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수도 없이 지나쳐야 한다. 암 전문 병원이자 대학원이다 보니 거의 모든 표지판에 이 글자가 포함된 까닭. 문득 암센터에 몸담은 교수와 감염병 전문가 사이의 상관관계가 궁금해졌다.
“감염병 전문가가 암센터에 근무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종종 있어요. 이유는 명확해요. 암의 3분의 1 정도는 감염으로 발생해요. 암 예방법 중 하나는 감염되지 않는 거죠.”
우리에게 코로나19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익숙한 기모란 교수는 ‘예방의학전문의’다. 한 해에 열 명 남짓 배출된다는 예방의학전문의는 전문의 중 유일하게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 병원을 개업할 일이 없으니 소위 ‘돈 버는’ 의사도 아니다. 대신 예방의학전문의는 여느 의대생들이 전공 분야를 파고들 때 시선과 관심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한다. 임상은 기본, 사회학과 경제학을 배우며 방역 정책과 행정 등을 아우른다. 기모란 교수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감염병 관련 정책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책을 맡은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 여기에 사스와 메르스에 대한 그만의 현장 경험도 더해졌다. 그는 미국 앤아버의 미시간대학교에서 포닥(포스트닥터) 과정을 밟던 2003년, 인근 캐나다에 사스가 크게 번지면서 감염병의 위험과 공포를 목격했다. 2015년 메르스 때는 메르스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좀 더 깊숙하게 관여했다.
“사스가 퍼지던 당시 우리나라에 의심 환자는 있었지만 확진자는 1명도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감염병 대처에 대한 실제 경험은 부재했죠. 그런 상황에서 맞닥뜨린 메르스는 전 세계의 질타를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감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보여 줬어요.”
병원 감염 관리 체계를 바로잡고 개선하는 성과 말고는 총체적 난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기모란 교수. 그는 메르스 때의 숱한 실패의 경험 덕에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시행착오를 현저히 줄이고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 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그가 가장 먼저 제안해 감염 확산 방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방역 지침은 예방의학전문의로서 축적한 이론에, 두 번의 감염병을 겪으며 터득한 고유한 경험이 시너지를 낸 결과인 것이다.
검사의 사각지대를 없앨 획기적인 시도 필요
현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감염 수준이 낮을 뿐, 코로나19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감염 경로가 명확했던 1, 2차 유행 때와 달리 3차 유행부터는 교회, 병원, 요양 시설 등 집단 시설을 중심으로 감염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획기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코로나19 초기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동부구치소를 비롯해 감염에 취약한 집단 시설을 중심으로 3차 유행이 있었죠. 지역사회 감염 수준이 높아지면 집단 시설의 방역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다행이라면 교정시설의 경우 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집단 시설의 감염이 지역사회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점입니다.”
이후 교정시설을 비롯한 감염에 취약한 집단 시설 종사자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전수검사가 이뤄지면서 감염률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다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집단 시설의 감염 위험은 물론이고 최근 400~500명대를 오르내리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기모란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감염양상을 보면 외곽의 집단시설이나 감염경로가 분명치 않은 확진자 수가 늘고 있어요. 이는 기존의 시스템만으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다고 선제 검사 대상을 넓히기엔 의료인 숫자가 제한적이죠. 의료진의 도움 없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 진단할 수 있는 키트의 무상보급 같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모란 교수는 교정시설 또한 업무상 수용자들과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교정공무원이 상당수인 만큼 수용자들에게 자가진단 키트를 보급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 접종은 더 안전한 교정시설을 위한 선택
물론 백신 접종이 시작된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위험과 불편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문제는 백신 접종이 실현되기 전과 달리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감염병에 취약한 집단 시설 종사자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교정공무원들 또한 걱정과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얼마 전에 저도 AZ 백신을 접종했는데요. 백신 접종 후 어느 정도의 통증은 몸에서 면역반응을 형성 중이라는 증거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같이 접종한 동료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접종 후 통증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축하를 건넬 정도죠. 또, 국내 백신 접종자 중 AZ 백신에서 이상 반응 신고가 많은 건 그만큼 분모가 많아서 생긴 당연한 일이예요. 무엇보다 AZ 백신에 관한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일제히 AZ 백신이 혈전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없다며 접종을 계속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안전성을 재확인했다. 결국은 불안감 해소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자 우선 접종을 했고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도 AZ 백신을 접종한 바 있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감을 완전히 지우긴 어려울 겁니다. 다만 분명한 건 1차에 이어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나면 지금 같은 전수검사 시스템에서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감염병의 위험이 확실히 줄어든다는 거예요. 그러니 백신 접종을 통해 교정공무원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점차 백신 접종 대상이 확대되고, 그래서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기모란 교수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어쩌면 이 같은 맥락의 코멘트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그의 힘 있는 말 한마디는 결국에는 불안을 신뢰로 바꿔 우리를 좀 더 안전한 세상에 데려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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