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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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를 만나다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지수정
캘리그래피가 현대인들의 취미로 각광받고 있다. 치열한 디지털 시대에 한 획 한 획 정성을 들여 글씨를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힐링과 여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그래피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캘리그래피 아티스트 지수정 작가를 만나 보았다.
이경희 사진 홍승진
서예에서 캘리그래피로
지수정 작가는 캘리그래피 경력만 10년이 넘는 아티스트다. 그런데 그가 붓과 함께한 시간은 더욱 더 깊다.
초등학생 때 서예가인 고모의 영향으로 처음 붓을 잡았고 대학에서 서예학과를 전공했으니 ‘붓글씨’에 관한 한 엄청난 이력과 내공을 가진 인물인 것이다.
“캘리그래피를 처음 접한 건 대학 시절 교수님께서 정규 과목이 아니었음에도 캘리그래피 수업을 해 주셨을 때였어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교하고 정성을 다해 쓰는 틀 안에서 10년을 공부해 왔던 제게 캘리그래피가 주는 자유로움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제 안의 자유분방함이 캘리그래피를 만나면서 뻗어 나왔던 것 같아요.”
학교를 졸업한 지수정 작가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그곳에서 캘리그래피를 다시 만났다. 결국 돌아와서 캘리그래피의 대가 이상현 선생의 제자로 본격적인 입문을 했다.
캘리그래피 아티스트로서 지수정 작가의 삶은 매우 분주하다. 자신의 스튜디오 ‘힐링캘리그라피’를 운영하고 있고, 삼성, SK, DIOR, TOM FORD 등 여러 기업들과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전시, 굿즈 제작, 퍼포먼스, 캘리그래피 책 출간, 광고·방송 타이틀 캘리그래피, 강의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캘리그래피 작가가 있지만 유독 많은 사람이 지수정 아티스트를 찾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저는 작품에 수채화를 함께 담습니다. 글씨만 읽는 것보다 더 다양한 감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거의 대부분 제가 직접 만든 문구를 쓰고 작품 안에 ‘Art’를 담으면서 여러 가지 재료도 다양하게 쓰고 있어요. 어떤 작품은 ‘이게 캘리그래피야?’ 할 정도로 멀리 나간 창의성을 보여 드리기도 하지요.”
글씨라는 소재는 같지만 표현 방식의 경계 없는 다양성으로 지수정만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캘리그래피로 만나는 내 안의 밝음
캘리그래피가 가진 힘은 대단히 크다. 키보드나 볼펜이 아닌, 붓을 이용해 글씨를 쓰되 한 글자 한 글자에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는 그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선사하는 것이다.
“제 스튜디오가 상암동에 자리 잡고 있는 덕분에 방송국 직원들이 수강생인 경우가 많아요. 밤샘 작업과 야근이 일상다반사인 그들에게 캘리그래피는 일종의 동아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붓으로 계속 선을 긋다 보면 온갖 잡생각이 없어지니까요. 온전히 자신의 글씨에만 집중하니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 거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세상, 잠시 여유가 생기면 넷플릭스 시리즈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지금 시대에 온전히 자신과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니, 캘리그래피의 매력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지수정 작가가 교정공무원에게 캘리그래피를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교정공무원분들께는 일반인들이 알기 힘든 스트레스가 많으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낯선 도구인 붓을 잡고 선 하나, 획 하나에 정성을 들이다 보면 힘든 자신 안에 또 다른 ‘긍정적이고 소중하며 밝은 나 자신’을 발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수정 작가는 캘리그래피를 시작할 때 특별한 재능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서예부터 시작하고 싶다면 붓, 먹물, 접시(벼루 대신), 화선지, 서진(종이를 누르는 도구), 모포 등을 갖추고 붓펜으로 시작한다면 A4 종이와 자신에게 잘 맞는 붓펜만 있으면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붓펜 중에서는 붓과 가장 흡사한 쿠레타케 붓펜을 추천한다고 살짝 귀띔도 해 준다.
“강사에게 배운다면 한 분의 강사에게 꾸준히 배우시는 게 좋고,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나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붓펜은 펜처럼 잡고 쓰시면 되는데 눕혀 쓰면 굵은 선이 나오고 세워서 쓰면 얇게 써져요. 제가 쓴 <지수정의 힐링 캘리그라피>에도 캘리그래피 수업 내용이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초심자가 보고 충분히 따라하실 수 있습니다.”
글씨의 전체적인 균형, 글자 간의 짜임새는 작품을 쓸 때 꼭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이라는 지수정 작가의 팁도 기억해 두자.
전국의 교정공무원분들을 응원합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지수정 작가가 전국의 교정공무원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작품을 내놓았다. 눈부신 하늘 같은 파란색 바탕에 붉고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사명감을 갖고 살아가는 당신, 응원해요”라는 아름다운 글귀가 적힌 작품이다.
“처음에는 ‘소중한 당신, 안아 줄게요’라고 구상했었는데 그보다는 수고하시는 교정공무원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어 봤어요.”
교정공무원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응원의 문구와 그림이 왠지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 준다.
캘리그래피 아티스트로서 지수정 작가의 목표는 하나다.
“모든 해석으로 공감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저의 작품은 ‘힐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이겠지만 그 작품을 100명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100개의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런 다양한 생각에 공감하는 아티스트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캘리그래피의 본질은 서예임을 잊지 않고 매 순간 초심과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지수정 작가. 기본기가 없다면 글씨도 흉내 내어 그리는 그림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그가 다시 한번 힘주어 이야기한다.
“언제나 서예의 기본기를 지켜 가면서 써요. 저의 감정, 감성으로 자유롭게 표현하지만 지켜야 하는 중심은 절대 무너뜨리지 않죠.”
기본과 중심을 잃지 않는 자세, 이는 흔들리지 않고 제 사명을 다하는 교정공무원에게 꼭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붓을 들어 가벼이, 묵직하게, 얇게, 굵게 글을 써 내려가는 그의 손끝에 교정공무원을 향한 고마움과 격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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