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배신하는 연말정산…
올해는 신용카드 쓸까, 체크카드 쓸까
2020년도에 대한 직장인 연말정산이 끝났다. 급여 명세서를 보고 기쁨의 탄성을 터뜨리는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홀쭉하게 줄어든 월급봉투를 보고 한 달 살림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돌려받는 데 실패한 직장인 중에는 ‘올해는 연금저축을 들어야지’ 혹은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더 낫다는데 올해는 체크카드를 써 봐야지’라는 생각을 떠올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말정산 우위 가리기 어려운
신용·체크카드 사용
필자가 연말정산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대답하기 곤란한 것이 바로 신용카드(체크카드) 항목이다. 체크카드의 공제율(30%)이 신용카드 공제율(15%)의 2배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2배를 돌려받는다고 생각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어느 카드를 쓰는 것이 나은지는 개인의 총급여 및 과세표준과 소비 규모, 소비 패턴 등 각자 사정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카드 공제 혜택을 최대화하고 싶다면 공제 제도에 대해 확실히 이해한 뒤 본인 스스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연말정산을 떠나 카드 사용액 자체를 줄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엔 한 달 소비 목표액을 계좌에 넣어 두고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연말정산 효과를 떠나 가장 바람직한 소비 습관일 수 있다.
카드 공제, 총급여의 25% 이상일 때만 혜택받을 수 있어
일단 카드 공제를 자세히 살펴보자. 카드 공제는 소득공제 항목이다. 소득공제는 직장인의 과세표준을 줄여 내야 할 세금을 줄여 준다는 개념이다. 교육비와 의료비, 보장성 보험료 등은 세액공제 항목으로, 이는 내야 할 세금을 공제해 준다는 개념이다. 즉 소득공제는 소득과 대비되고, 세액공제는 세금과 대비된다고 보면 된다.
카드 공제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총급여의 25% 이상 카드 결제액만 공제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총급여가 4,000만 원이라면 1,000만원 이상 사용분부터 공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탈세를 막기 위해 처음 카드 사용을 장려할 당시 기왕할 거라면 카드 사용액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소비가 카드로 결제되다 보니 ‘카드 공제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제 한도다. 카드를 마구 많이 쓴다고 해서 공제액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공제 한도는 기본적으로 300만 원인데, 소득에 따라 조금씩 폭이 달라진다. 총급여 1억 2,000만 원 이상의 고연봉자는 공제 한도가 연 200만 원이라, 소득을 감안하면 연말정산 혜택이 미미하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총급여=연봉’이 아니라는 점이다. 총급여는 연봉에서 식대나 차량 유지비, 보육비, 교육비 등 비과세 항목이 제외되고 반대로 성과급처럼 과세되는 항목이 포함된다. 정확한 총급여는 홈택스 지급 명세서에서 확인 가능하다.
앞서 카드 공제 항목은 총급여의 25% 이상 사용액만 대상이 된다고 했다. 총급여가 4,000만 원인 직장인 A씨를 예로 들면 1,000만 원 초과분부터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일단 이것이 중요하다. 내 카드 사용액이 총급여 대비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뒤 설계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는 ‘알뜰족’이라면 카드 공제에 따른 환급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이 적은 쪽에 카드 사용액을 몰아주라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보기에 요즘은 맞벌이라면 각각 본인 명의의 카드를 쓰는 경우가 많아 꼭 맞아떨어지는 조언은 아닌 듯하다.
체크카드가 공제율 높지만 신용카드
혜택, 소비 패턴 고려해야
A씨 사례를 조금 더 보자. A씨가 연봉 4,000만 원에 신용카드만 2,000만 원을 쓰는 경우와, 체크카드를 2,000만 원 쓰는 경우를 가정하자. A씨가 신용카드만 썼든 체크카드만 썼든 25% 초과분인 1,000만 원만 공제 대상이 된다. 만약 신용카드만 2,000만 원 썼다고 하면 신용카드 공제율 15%를 적용해 150만 원이 공제액이 된다(초과분 1,000만 원×15%). 그리고 총급여가 4,000만 원이면 과세표준은 1,200만~4,600만 원 구간일 테니 세율이 15%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150만 원을 대상으로 15%를 돌려받아 22만 5,000원을 연말정산 때 환급받는 것이다. 과세표준이라는 개념이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소득 구간에 따라 과세표준 구간이 잡히고 총급여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정해진다.
다시 A씨 사례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체크카드만 2,000만 원을 썼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A씨는 2,000만 원에서 초과분 1,000만 원, 그리고 여기서 30%를 공제받아 300만 원이 공제 대상액이 된다. 여기에 15% 세율을 적용하면 돌려받는 돈이 45만 원이 된다. 신용카드만 썼을 때와 비교해 22만 5,000원을 더 돌려받는 것이다.
22만 5,000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A씨가 신용카드 혜택을 최대한 뽑아내는 현명한 카드 이용자라면, 어쩌면 신용카드로 인한 혜택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A씨가 상당한 ‘집순이’로, 지난해 코로나19를 핑계로 외출은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쿠팡과 쿠팡이츠를 주로 사용했다고 가정하자. 쿠팡 등 온라인 마켓 중심으로 혜택을 많이 지급하는 카드 중에 신한카드의 ‘Deep ECO(딥에코) 카드’라는 것이 있다. 딥에코 카드는 쿠팡(쿠팡이츠 포함),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주요 온라인 마켓 사용액의 5%를 되돌려 준다. A씨가 매달 60만 원씩 딥에코 카드를 사용했다면(연 720만 원), 딥에코 카드로 인한 환급액이 총 36만 원에 달한다. 이 정도만 해도 신용카드로 인한 혜택이 체크카드를 통한 연말정산 환급분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본인의 카드 사용 스타일에 따라 연말정산보다 카드 사용 혜택이 더 클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총 2,000만 원의 소비액 중 대중교통과 전통시장 이용액이 어느 정도인지가 그것이다.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이용액은 공제율이 40%로 적용된다. 또 카드로 결제했다고 해도 아파트 관리비나 상품권 매입 금액 등은 모두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변수도 고려해 본인의 소비 스타일에 맞춰 알맞은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방안을 정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