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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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청주여자교도소 보안과 교감)
시간과 경험을 축적한 선배의 한마디는 종잡을 수 없는 미래에 길을 내고, 조금은 막막했던 현실의 해상도를 높여 주기도 한다. 29년 동안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교정공무원으로서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린 선배, 김영희 교감. 그의 이야기는 후배들의 일상에 적재적소의 팁이 되어 든든한 기립근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민경미 사진 홍승진
Q. 자기소개 먼저 해 주세요.

청주여자교도소 보안과 교감 김영희입니다. 1992년 2월 첫 발령지였던 청주여자교도소에서 29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보안과 내 운영 지원 및 의료동 팀장으로서 취사, 세탁, 원예, 시설 보수, 청소 등의 업무 지원, 그리고 환자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의료동 관리를 책임지고 있어요.
Q. 보안과의 업무 특성이 궁금합니다.

수용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로, 교정기관에서 인적·물적 구성의 규모가 가장 큽니다. 교정공무원 중에서도 수용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부딪치며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죠.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교정공무원이 보안과 소속으로, 하루 24시간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각종 처우를 비롯해 출정 및 이송 지원, 조사, 고충 처리, 수용 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요. 수용 생활의 질서를 바로잡는 한편 올바른 사회 복귀를 돕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Q. 29년 동안 근무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예전에는 무기수 등 장기수 중에서 글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이들을 대상으로 교정기관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교재와 공책을 지원했는데요. 이후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가족들과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흐뭇하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업무 특성상 안타까운 일도 많이 겪었죠. 수용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한 수용자가 자신의 처우에 불만을 품고 교정공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폭행을 당한 당사자가 좀처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오랫동안 힘들어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를 포함한 동료들까지 사명감과 사기가 떨어졌었는데요. 모든 사고를 100%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고 예방에 좀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피해를 입은 직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힘이 실렸죠.
Q. 교정시설에서 발생하는 폭행이나 자살 등의 사건·사고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체력뿐 아니라 마음이 튼튼해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한 교감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다수의 수용자가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수용자 간 싸움이나 폭행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 수용자가 교정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지고요. 이런 현장을 목격한 교정공무원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다 급기야 그만두는 선택을 하기도 하죠. 저 또한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회의감에 빠지지만, 오랜 경험을 들춰 보았을 때 자신만의 극복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등산과 영화 감상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묵은 감정을 해소하고 일상으로 회복할 에너지를 얻는데요. 이 정도의 시간조차 내는 게 어려울 때는 명상과 기체조로 평정심을 찾으면서 마음의 힘을 기르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Q.후배 교정공무원들이 참고할 만한 업무 팁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다 갖추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죠. 그래서 저는 일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해요. 가령 힘이 센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있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은 적게 하고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죠. 이런 개개인의 특성을 장점으로 살려 교정공무원으로서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달변가가 아니라서 수용자 상담을 할 때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방식을 택했어요. 덕분에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처음의 분노나 적대감이 조금씩 옅어지는 수용자의 변화를 자주 봅니다.
29년 동안 여자 교도소에서 일해 온 만큼 여성 수용자를 대하는 팁을 전하자면, 기본적으로 여성 수용자들은 작은 일에도 상처를 잘 받고 모성애가 강하다는 특성이 있어요. 따라서 이들과 상담할 때는 지시형이 아닌 부드러운 말투와 권유형 언어를 사용하고, 자녀 양육과 관련된 지식을 쌓아 두는 게 좋아요.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접목 가능한 상담과 심리학 등을 공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사회복지사, 중독심리사, 생애위기상담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죠.
Q.선배에게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전해 주세요.

초임 때 교정공무원의 주 업무는 현장(수용동) 근무라며, 현장을 피하기보다 즐기라는 조언을 해 준 선배가 있었어요. 수용자를 직접 대면하는 일이라 힘든 것도 많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일러 주었어요. 선배는 말뿐만 아니라 자살, 폭행 등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사례별로 정리한 내용을 전해 주며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Q. 후배 교정공무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의 의미를 전하고 싶어요.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서로 합심해 일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데요. 선후배, 동료끼리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비난하지 말고 서로 존중하고 칭찬과 격려의 분위기 속에서 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교정공무원으로서, 또 개인적으로 어떤 바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평생 교정공무원으로 살아온 선배로서 모든 교정공무원이 안정된 조직과 복지 속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정공무원의 업무 특성상 휴일에 쉬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은데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추억을 쌓고 다양한 문화 체험도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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