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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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파도, 포구 사이를 서성이다 속초

겨울, 속초의 바다와 골목을 서성이는 것은 운치 있다. 호수와 파도, 향수 깃든 포구와 마을이 어우러져 발걸음마다 상념을 더한다. 속초 ‘강원북부교도소’ 인근에는 바다향 머금은 여행지들이 가지런하게 들어서 있다.
· 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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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책 이끄는 청초호

‘강원북부교도소’를 품은 속초의 길목은 오붓하게 걷는 멋이 있다. 호수와 포구, 번화가와 시장이 불현듯 연결된다. 겨울 산책을 이끄는 속초의 명소는 청초호다. 둘레 5km의 청초호는 철새생태공원, 청초호해상공원 등 테마 공간이 나무 데크 길로 이어져 있다. 철새생태공원은 갈대밭 사이 청둥오리, 쇠오리 등 철새가 날아드는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원 주변으로는 엑스포타워가 솟아 있고 요트 선착장이 이어진다. 멀리 속초항 포구로 걸으면 청초호해상공원의 청초정까지 호젓한 둘레길이 나란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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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근대사 담긴 아바이마을
청초호에서 속초항 가는 길에 위치한 아바이마을은 속초의 근현대사가 묻어나는 곳이다.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1·4 후퇴 때 내려왔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함경도 피란민들이 정착한 동네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에 이어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 방영되며 인기를 모았던 동네는 아바이순대를 간판으로 내건 순댓국집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올망졸망한 골목길을 벗어나면 함경도 사투리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아바이’ 동상과 아담한 간이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바이마을에 들어설 때는 갯배를, 나올 때는 금강대교를 이용해 본다. 아바이마을과 중앙동을 잇는 갯배는 밧줄로 당겨 운행하는 무동력 배로 추억의 향취가 묻어난다. 우회하는 금강대교 위를 거닐면 마을 정경과 속초 바다가 한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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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아득한 영금정
시린 겨울 바다는 속초 나들이를 사색으로 이끈다. 동명항 인근의 영금정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에는 파도 소리가 더욱 차갑고 또렷하다. 영금정 인근의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속초의 해안선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설악항과 가까운 해맞이공원은 한적한 휴식과 함께 해돋이를 선사하는 곳이다. 공원 산책로에는 조각상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파도를 맞고 솟아 있는 연인 인어상은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사연이 담겨 연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외옹치항은 활어 난전으로 미식가들 사이에 유명한 포구였다. 군사 지역이었다가 68년 만에 개방된 외옹치항 둘레길(바다향기로)은 tvN 드라마 <남자친구 >의 배경이 된 뒤 ‘핫’한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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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겨울 명소 척산온천
속초의 따끈한 겨울 명소는 척산온천지구다. 척산온천은 호수, 포구 산책과 설악산 산행으로 언 몸을 훈훈하게 녹여 준다. 1970년대 초반에 첫 개장한 이래 쏟아지는 용천수와 함께 50년 세월을 채워 가고 있다. 이곳의 온천수는 강알카리성이며, 온도는 50℃ 안팎을 유지한다. 척산온천이 자리한 노학동은 예전부터 ‘온정리’, ‘양말’로 불리던 따뜻한 동네였다. 겨울에도 땅과 웅덩이 물이 잘 얼지 않고 김이 솟아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터로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날개를 다친 학 한 마리가 이곳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에 상처를 치료했다는 전설과 함께 ‘학사평’이라 불리기도 했다.
1985년 원탕 자리에 척산온천 휴양촌이 새롭게 개관하며 온천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척산온천탕, 족욕공원 등이 들어서며 온천지구의 외관을 갖추게 됐다. 또 별도의 가족탕도 마련돼 있다. 이곳 노천온천에 누우면 설악산의 산세가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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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 문화촌과 설악산 권금성
척산온천 인근의 실향민 문화촌은 이북 5도 가옥을 비롯해 실향민들이 아바이마을을 형성했던 당시의 단칸방 골목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았다. 실향민 문화촌과 함께 속초박물관, 발해역사관 등이 한데 모여 있다. 문화촌 방문 때는 하루 두 차례 펼쳐지는 풍물패 공연 시간에 맞추면 신명 나는 놀이를 감상할 수 있다.
속초에서는 설악산 유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설악산 권금성은 한 번쯤 들렀던 설악산의 추억을 부추기는 곳이다. 정상 반석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속초 시내와 동해의 모습이 장관이며 케이블카 종착점 하단에 위치한 안락암, 800년 된 무학송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설악소공원 초입에 위치한 신흥사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들리는 설악산 초입 산책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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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숨은 일출 포인트, 옵바위
속초 도심 북쪽 영랑호는 자전거 마니아들의 성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영랑호에서 포장마차가 늘어선 장사항, 속초 카페거리로 연결되는 길도 운치가 느껴진다.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내달리면 속초와 고성의 경계를 넘어 공현진 포구로 이어진다. 공현진 옵바위는 동해의 숨은 해돋이 명소 중 한 곳이다. 번잡한 속초 도심을 벗어나 한적하게 일출을 즐기기에 좋다. 포구 방파제 옆 옵바위 일출은 추암, 정동진 등 강원도의 일출 명소와 견줘 손색없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게 매력이다. 겨울이면 방파제와 나란히 붙은 옵바위의 소담스러운 빈 공간 사이로 해가 뜬다. 공현진 포구 인근에는 송지호와 왕곡마을이 들어서 있다. 겨울 송지호에서는 철새 구경을 할 수 있고, 왕곡마을에서는 아랫목 뜨끈한 전통 가옥에서 하룻밤 묵을 수도 있다. 속초 시내에서 공현진 포구까지 시내버스가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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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장의 별미 ‘닭강정’ & 바다 먹거리 ‘회’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된 곳은 속초관광수산시장이다. 시장이 내세우는 최고 별미는 닭강정이다. 닭전골목이 별도로 형성돼 있으며 평일에도 줄을 서 구입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갓 튀겨낸 닭에 즉석에서 달짝지근한 양념을 묻혀 주는 닭강정은 집집마다 달고 짠맛이 조금씩 다르다. 만석닭강정, 속초닭강정, 중앙닭강정 등 1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춘천 중앙로에 들어선 시장에는 이 일대 먹거리가 한데 모여 있다. 씨앗호떡집, 순댓국 식당들도 시장 골목에서 만난다. 지하 1층에서는 인근 포구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회를 맛볼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운치 있게 회 한 점 즐기려면 동명항 활어회센터를 찾으면 된다. 속초시 북단에 위치했으며 속초 주민들에게는 ‘영금정 회타운’으로 더 알려졌다. 난전 초입에서는 직접 잡아 올린 성게 알, 홍합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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