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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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을 통해 본 수용자 학습권 분석 2

- 목차 -
Ⅳ. 수용자 학습권 판례에 담긴
판단 논리 분석
Ⅴ. 논의 및 결론
유주영 · 강대중
교정_리포트_0
Ⅳ. 수용자 학습권 판례에 담긴 판단 논리 분석
수용자 학습권 판례에 담긴 쟁점은 기관의 목적, 학습경험에 대한 인식, 학습자로서 수용자에 대한 인식이라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각각의 판례는 이 세 가지 쟁점에 대한 판단 논리에 기초해 수용자 학습권을 제한하거나 확대하였다.
1. 기관의 목적 : 관리 대 변화
수용자 학습권은 교정시설의 목적 중 어느 부분을 중요하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제한되거나 확대되었다. 교정시설의 첫째 목적은 수용자의 구금을 확보하는 것(유병철, 2017)이고 둘째 목적은 수용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다. 즉 교정시설은 수용자의 관리를 위해 질서 유지를 할 필요가 있는 동시에 교정교화를 통해 수용자를 변화시키는 목적을 가진다. 수용자 학습권 판례는 관리와 변화라는 두 가지 목적 중 어느 편을 더 중시하는가에 따라 내려진 경우가 많다. 관리를 중시한 판례는 수용자 학습권을 제한하고, 변화를 중시한 판례는 수용자의 학습권을 확대하였다.
1998년 수용자에게 신문 내용을 삭제해 배달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요구를 기각하는 판례는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와 보안”을 근거로 제시했다.1)
신문 기사 중 탈주나 집단 단식, 선동과 같은 내용 때문에 교도소 단체 생활의 질서를 해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005년 판례2) 는 금치 처분을 받은 자에게 집필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나,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라고 판결했다. 금치처분은 교도소 내 규율을 위반한 자에게 내려지는 일종의 벌인데, 벌의 일종으로 수용자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것은 최소한도에서 이루어진다면 타당하다는 입장이 담긴 판결이었다. 교정시설의 관리라는 목적이 학습권의 보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형법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는 교도소 등 구금 또는 수용시설의 안전과 질서의 유지이다. 교도소 등은 형벌의 집행을 위하여 또는 피고인 등의 신변확보를 위하여 일정 기간 수용자를 강제로 구금하는 시설로서 강제적인 수용에 따른 집단생활이라는 점에서 교도소의 시설과 인력의 안전은 물론 수용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상생활에 있어 엄격한 규율이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의 위 두 판례는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와 관리를 위해 학습권을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하였다. 즉 교도소의 질서유지를 중시한 것이다. 2005년 판례는 금치처분을 받은 자라고 하더라도 학습권 제한은 “수용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하여 금치처분 기간 동안 집필 전면금지는 사라졌으나, 그 제한이 “정당”하다고 보는 입장은 유지되었다. 교정시설의 관리와 변화라는 두 목적이 항상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금치처분을 받은 규율위반자에 대한 2005년 헌법재판소 판례3) 는 관리와 변화의 목적이 동일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헌법재판소는 금치처분자의 집필을 금지하는 것은 규율 위반자에게는 “반성을 촉구”하고 일반 수용자들에게는 규율 준수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교도소에는 질서유지를 위해 규율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규율을 지키지 않은 자에게 일종의 벌을 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교정교화에도 도움이 되는 적절한 방법이다. 즉 규율 위반자들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것은 규율 준수라는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판례는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와 관리 목적과 함께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위한 변화의 목적을 중요하게 본다. 2018년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판례4)는 관리와 변화의 목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질서유지를 위해 수용자의 학습권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기본권 제한으로 수용자가 입는 피해와 공익은 최대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등의 처우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정수단”이라고 판시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러 판례는 수용자 학습권을 제한하는 논리로 교정시설의 질서유지를 내세운다. 이때 ‘질서’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질서를 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에 따라, 그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장소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있다. 독재정권 시대에는 독재자에게 충성하여 이념을 같이하는 것을 혼란이 없는 순조로운 상태라고 보았지만 민주주의 시대는 오히려 위와 같은 상황을 혼란스러운 상태로 볼 수 있다. 교도소에서 말하는 ‘질서’도 시대마다 의미가 다르다. 1990년대는 “동조단식이나 선동”, “동조농성”이 교도소 질서를 해하는 행위로 인식되었다(1998. 10. 29. 결정, 98헌마4). 그래서 1990년대는 질서를 해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의 신문기사는 교도소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삭제했다. 즉 1990년대에 ‘질서’는 집단행위(단체단식이나 단체농성 등)가 없는 상태를 의미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정교화’는 집단행위에 동조하지 않는 상태를 변화의 첫 단계라고 보았을 수 있다. 반면, 최근 교도소에서 말하는 ‘질서’는 1990년대와 의미상 차이가 있다. 2018년 판례를 보면, “수용자의 처우 또는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불만을 제기하거나 불순한 세력을 모으는 등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수용질서를 해칠 우려”라는 표현이 있다. 현재 교도소 ‘질서’에 해하는 행위는 불만을 제기하는 것 혹은 정치적 이념 등에 관련된 수용자들을 모으는 행위라는 것이다. 즉 현재 교도소에서 ‘질서’는 1990년대 ‘질서’의 의미와 유사한 듯하지만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 추가되었다. 교정교화의 의미도 체제에 불만 없이 순응하고 불순한 세력에 가담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불만’이라는 것도 경계가 애매하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서 그칠 수도 있지만 ‘저항’으로 읽힐 수 있는 면도 있다. 예컨대, 2018년 교육받을 권리 판례와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한 과거 사건에서는 기각된 적이 있다.5) 그 이유는 원고가 교육이나 작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고가 교육·작업에 참여하겠다고 표현하지 않은 것은 그 표현 자체가 불만을 표시하는 것 혹은 저항으로 받아들여져 질서유지를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질서’는 교도소의 제일의 목적이면서 판례에도 자주 등장하는 판결의 논리인데 시대마다 의미하는 바가 달랐다. 이에 따른 ‘교정교화’의 의미도 변화했다. 앞으로도 수용자 학습권의 제한과 확대에는 질서와 교정교화에 대한 의미 해석이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학습경험에 대한 인식: 내용 대 활동
수용자 학습권은 학습경험에 대한 인식에 따라 보장 범위를 달리한다. 학습경험에 있어 어떤 측면을 중시하는지는 수용자 학습권 판례에서 중요한 판단의 축으로 작용했다. 분석 대상 판례들은 학습경험을 내용과 활동의 두 가지로 구분하여 인식하였다. 수용자의 학습경험에 있어 내용이 중요하다고 본 판례는 수용자들에게 좋은 내용의 학습만 제공되어야 한다며 학습권을 제한하였다. 반면, 학습 활동을 중요하게 본 판례는 수용자에게는 학습 활동 자체가 의미가 있으므로 금지하면 안 된다고 하여 학습권 확대의 논리로 삼았다. 이러한 학습경험에 대한 인식은 시대가 흐르면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에는 내용을 중요한 측면으로 보았다면 현재는 활동 자체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우선 학습경험에 있어 내용이 중요하다고 보았던 1990년대에는 수용자에게 특정한 학습 내용을 금지하였다. 1998년 신문기사 삭제 판례6)가 대표적이다. 당시 수용자에게 신문 기사를 삭제하여 제공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하며 학습 내용을 검열하고 제한하는 것을 합리적인 행위로 보았다.

삭제된 일정 기사들은 피청구인 측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화상 또는 구금목적에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사, 조직범죄 등 수용자 관련 범죄기사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삭제행위는 구치소 내 질서유지와 보안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습경험에 대해 내용보다는 학습 활동 자체를 중요하게 바라보았다. 이에 따라 학습활동을 전면통제하는 것은 교정교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5년 판례7)에서는 수용자가 어떠한 내용을 쓰는지보다는 쓰는 행위 자체, 즉 학습 활동 자체에 대한 사항이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학습을 하는 활동 자체가 교정교화에 있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집필행위 자체는 정신활동과 관계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로서 교도소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에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님은 물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수용자의 건전한 정신활동을 촉진하여 그의 교정·교화에 이바지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한편 수용자의 학습경험이 제한되는 것은 교도소장의 재량권과도 관련되어 있다. 가령, 교육대상자의 선발과 신문, 도서 등의 소지범위, 집필의 허가 등은 교도소장의 재량에 달려 있는 사항이다.8) 수용자 학습권과 관련된 법과 운영 규칙 등은 교도소장의 재량에 대해 각 조항당 한 문장 정도로 표현하고 있어 재량권의 범위가 협소한 것 같지만 판례는 교도소장의 재량권을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관련 사건의 내용이 교도소장의 재량권에 속하는지 혹은 속하지 않는지, 속한다면 그 재량권의 행사가 적당한지 혹은 과한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1998년 판례9)도 신문 내용을 삭제하는 것은 교도소장의 재량인데 교정시설의 질서유지를 위한 재량행위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어떤 사건은 교도소장 재량권이라는 이유로 심리조차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는 수용자의 학습 활동 자체를 통제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심리 없이 각하된 사건을 분석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았지만, 사법부의 판결 논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재판소는 성폭력방지교육을 제공받지 않았다는 소송10)과 외국어듣기 교육을 받고 싶으나 거부된 사건11)을 모두 각하하였는데 그 이유는 교육을 “교도소장의 재량사항으로 정하고 있을 뿐” 교도소장이 수용자에게 “교육을 제공할 작위의무 또는 그에 준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는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기)” 때문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수용자의 학습 활동은 통제될 수 있고 따라서 학습권은 교도소장의 재량에 따라 보장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용자의 학습 활동을 통제한 것은 교도소장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위법하다는 판결이 난 사건들이 있다. 판례에서는 교도소장이 수용자의 학습 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행위는 위법한 행위이며, 학습활동은 교도소장의 재량에 의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2018년 교육받을 권리 판례12)에서는 “소장이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교육을 금지한다면 이는 “형집행법의 입법 취지와 교정행정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만 아니라 “인권 존중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하였다. 교도소장의 재량권이 과도하게 발휘되면 수용자의 학습권과 더불어 인권도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한 판결이다. 2018년 잡지교부의 불허에 대한 판례13)도 잡지교부를 불허처분한 것은 “(교도소장이) 동일한 내용의 잡지 구독신청(형집행법 제47조)의 경우보다 음란성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교도소 내 질서유지 등의 공익과 비교해 원고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최근의 판례들에는 수용자의 교정교화를 위해서 학습활동 자체를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녹아 있다.
수용자 학습권은 교도소장의 재량권 범위가 적어질수록 확대되었다. 1990년대는 수용자 학습경험에 있어 내용이 중요했고 교도소장의 재량권의 영향이 컸다면, 2000년대 이후는 학습활동 자체를 중요하게 보고 수용자의 자유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최근에는 수용자가 학습 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현했는지도 판단에 있어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 판례14)는 수용자가 학습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현했는지가 판결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이 사건은 이전에 동일한 쟁점으로 진행된 선행 소송이 있었는데,15) 쟁점은 원고가 피고인 교도소장에게 작업하거나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의 여부였다. 재판 결과, 원고는 피고에게 작업이나 교육을 제공해달라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며 패소하였다. 이후 원고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작업이나 교육을 받을 의사가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피고는 작업을 하려면 인성교육이 필요하지만 공안 사범은 그 교육이 면제되는데 그 면제가 교육을 수료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답했다. 이에 원고는 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교육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학습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현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결이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3. 학습자로서 수용자에 대한 인식 : 수동적 대 능동적
수용자의 학습권은 학습자로서 수용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제한되거나 확대되었다. 학습자로서 수용자를 수동적 학습자로 보는지 혹은 능동적 학습자로 보는지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내려졌다. 학습자로서 수용자에 대한 인식은 판례에서 법과 규율의 ‘범위’를 해석하는 데서 볼 수 있다. 수용자 학습권은 관련 법과 규율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이러한 법과 규율에는 수용자에게 허용되는 학습권의 ‘범위’16)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법에 나온 ‘범위’는 애매하여 판결을 할 때 그 해석도 달라지는데, 수용자를 학습자로서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1990년대는 학습자로서 수용자를 수동적인 자로 인식하였다. 1998년 판례17)에서 신문의 삭제 내용이 “범위 내에 그치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때 “범위”는 “교화상 또는 구금목적에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사, 조직범죄 등 수용자 관련 범죄기사”와 같은 내용이었다. 당시 수용자들은 신문기사의 내용을 읽고 그대로 모방하는 수동적인 학습자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교화상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기사 내용을 삭제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즉 1990년대 수용자는 ‘나쁜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수동적 학습자로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수용자에게 학습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교정교화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졌다.

신문기사 중 탈주에 관한 사항이나 집단단식, 선동 등 구치소 내 단체생활의 질서를 교란하는 내용이 청구인과 같은 미결수용자에게 전달될 때 동조단식이나 선동 등 수용의 내부질서와 규율을 해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고, 이는 수용자가 과밀하게 수용되어 있는 현 구치소의 실정과 과소한 교도인력을 볼 때 구치소 내의 질서유지와 보안을 극히 어렵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신문기사의 삭제 내용도 위에서 말한 범위 내에 그치고 있을 뿐 신문기사 중 주요기사 대부분이 삭제된 바 없음이 인정되므로…(생략)…

그러면서 판례에는 “합리적인 범위 내의 제한은 필요”하다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합리적인 범위”라는 것 역시 학습자로서 수용자를 바라보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담고 있다. 수용자는 수동적인 학습자이기 때문에 내용 제한을 통한 학습권의 제한은 ‘합리적’이라는 인식이다. 사실 ‘합리’라는 것은 누구를 주체로 언제, 어디서 작동하느냐에 따라 ‘불합리’가 될 수도 있는데, 1990년대 헌법재판소는 질서유지라는 목적하에 이루어지는 수용자 학습권의 제한은 합리적이라고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수용자 학습권 확대의 논리에는 수용자를 능동적 학습자로 인식하고자 하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2018년 판례18)에서는 ‘범위’에 대한 해석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며 사건에서 논란이 된 잡지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피고가 우려하는 상황(질서문란)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하였다. 이 논리 안에는 수용자가 잡지 내용을 그대로 학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이 담겨 있다. 그리고 2018년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판례19)에서도 수용자가 학습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데에서 수용자를 능동적 학습자로 인식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Ⅴ. 논의 및 결론
수용자 학습권 판례 분석 결과 기관의 목적, 학습경험에 대한 인식, 학습자로서 수용자의 인식이라는 3가지 축을 기준으로 학습권의 제한이나 확대의 논리가 작동하였다.
교정_리포트_1
우선, 수용자 학습권은 교정시설의 목적에 따라 제한되거나 확대되었다. 관리의 목적을 우선시한 판례에서는 학습권을 제한하는 논리가 작용했고, 변화의 목적을 중시한 판례에서는 학습권 확대의 논리가 작동했다. 두 개의 목적이 대치되지 않는 모습도 보였는데, 관리를 위한 통제가 변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 부분에서다. 따라서 이 칸은 점선으로 표시했다. 두 번째, 학습경험에 있어 어떤 측면을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학습권이 제한되거나 확대되었다. 학습경험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에서는 학습 내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했고, 학습활동이 중요하다는 입장에서는 활동을 전면금지했는지의 여부가 주된 판단의 축으로 작용했다. 세 번째, 학습자로서 수용자를 바라보는 인식에 따라 판결이 달라졌다. 학습자로서 수용자를 수동적인 학습자로 보았을 때는 학습권을 제한하는 논리가 작동했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보았을 때는 학습권이 확대되는 논리가 작동했다.
학습권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다(김신일, 2002; 강대중, 2019). 교정시설 수용자들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조건하에 놓여 있지만 교정시설이 교정교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이들의 학습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수용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학습의 보장이기 때문이다. 교정시설은 일종의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정시설의 질서유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학습권은 무한정 보장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교정시설이 교정교화와 사회복귀를 추구하면서도 실제로는 범죄자에 대한 응징 수단이기 때문(이백철, 2006)이다.
학습권은 국가의 침해로부터 자유로운 자유권적 성격의 학습권과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하는 의무와 책임으로서의 청구권적 학습권으로 구분된다(정기오, 2018; 최돈민, 2003). 분석 대상 판례는 수용자 학습권을 자유권적 성격으로 보고 있다. 학습 활동은 “정신활동을 촉진하여 교정교화에 이바지”(2005. 2. 24. 결정, 2003헌마289)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학습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본 판결이 대표적이다. 학습권은 질서유지라는 공익을 위해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 역시 수용자 학습권을 자유권적 성격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교정시설 규율을 어긴 자들에게 징벌로 학습권을 제한하는 것도 자유권으로 학습권을 인식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자유권적 관점은 학습을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한다. 자유권으로서 학습권은 일종의 ‘혜택’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교정시설 내에서 특별한 교육의 대상자로 선발되는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교정 성적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용자 학습권을 사회권적 학습권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판례 가운데 “형집행법에는 교육교화프로그램 등의 처우를 하는 것을 수형자의 교정교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교정수단”이기 때문에 “교육 또는 작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거나 부당하게 제한한다면 형집행법의 입법 취지와 교정행정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2018. 5. 9. 결정, 2017구합22055)된다고 판시한 부분은 이 입장을 잘 보여준다. 즉 학습은 교정교화에 있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제공되어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수용자의 학습권이 보장된다면 이들이 변화할 수 있고, 출소 후 사회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2015년 2월부터 전체 신입 수형자 대상 인성교육을 전면 시행하고 있다(최영신 외, 2015). 여기에는 수용자의 학습권을 일종의 사회권으로 간주하는 입장이 담겨 있다. 교정교화를 위해 국가는 수용자에게 학습을 제공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페루에서는 범죄자를 감옥에 수감하는 대신 집행유예한다는 조건으로 독서와 학업 재개를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는데,20) 이것도 학습을 수용자의 의무와 책임으로 보는 입장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장되는 한 모습이다.
수용자 학습권을 이해하는 데 자유권적 성격이 중요한지, 사회권적 성격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 논의는 학습의 개념과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다시 말하면, 수용자 학습권 논의에 있어 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것인지 제한할 것인지, 학습을 의무로 제공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만 이루어졌지 수용자 학습을 촉진하는 경험의 근본적인 요소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수용자 학습권의 보장은 결국 수용자들에게 중요한 학습경험은 무엇인지, 이들의 변화를 위한 학습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수용자 학습권을 다룬 판례들도 정작 수용자에게 학습이란 무엇이며 어떤 학습경험들이 수용자를 변화시킬지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지는 않다. 교정현장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학습자로서 수용자를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수용자 학습권 보장은 수용자의 학습과 학습자로서 수용자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정시설은 평생교육시설로서 교정교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수용자를 변화 가능한 학습자로 조명하는 연구와 실천이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은 생략합니다.
1) 1998. 10. 29. 결정, 98헌마4.
2) 2005. 2. 24. 결정, 2003헌마289.
3) 2005. 2. 24. 결정, 2003헌마289.
4) 2018. 5. 9. 결정, 2017구합22055.
5) 2017. 6. 9. 결정, 2016구합1402.
6) 1998. 10. 29. 결정, 98헌마4.
7) 2005. 2. 24. 결정, 2003헌마289.
8)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01조에서 105조는 교육대상자의 선발과 관리, 교육 취소 등에 대해 쓰여 있다. “소장은 교육대상을 소속기관에서 선발하여 교육한다”며 “수형자의 나이, 학력, 교정성적, 자체 평가시험 성적, 정신자세, 성실성, 교육계획과 시설의 규모, 교육대상인원 등을 고려하여 교육대상자를 선발”할 수 있다. 「수용자 교정교화 운영지침」 제6장은 신문 등 구독 및 지급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제40조 3항은 “소장은 매월 1회 이상 신문 등의 구독신청을 받아야 하며” 제44조는 신문 등의 수량 한도에 대해 도서(잡지 포함)는 30권, 신문은 열람 후 폐기가 원칙이지만 소장은 “개인학습 등에 필요한 경우 도서, 잡지의 소지범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교도소 내의 규율을 어겼을 경우는 제108조에 의해 30일 이내의 신문 열람이 제한된다. 「수용자 집필제도 운영지침」 제3조 1항은 집필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소장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쓰여 있다. 서신을 작성하거나 교육 및 직업훈련생으로 학습에 필요할 때 혹은 본인의 형사사건으로 검찰 또는 법원에 소송서류를 작성할 때, 교도관 업무를 보조할 때다.
9) 1998. 10. 29. 결정, 98헌마4.10) 2013. 2. 5. 결정, 2013헌마5.
11) 2015. 3. 24. 결정, 2015헌마186.
12) 2018. 5. 9. 결정, 2017구합22055.
13) 2018. 5. 18. 결정, 2018누2293.
14) 2018. 5. 9. 결정, 2017구합22055.
15) 2017. 6. 9. 결정, 2016구합1402.
16) 가령, 법에 명시된 ‘범위’는 신문구독에 관해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7조 3항에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 신문 등의 ‘범위’ 및 수량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실천 현장에서 작용하는 규율은 질서에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용자의 행위가 허용된다는 점이다. 실천 현장에서 수용자의 학습권이 허용되는 ‘범위’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범위에 대한 해석은 수용자 학습권의 양상에 영향을 미친다.
17) 1998. 10. 29. 결정, 98헌마4.
18) 2018. 5. 18. 결정, 2018누2293.
19) 2018. 5. 9. 결정, 2017구합22055.
20)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509601009&wlog_tag3=naver
https://www.fayerwayer.com/2019/05/peru-ladrones-paulo-coel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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