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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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물러난 그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인연

  권미선(라디오 작가)
한 걸음 물러난 그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인연
윤제림 시인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시에서 이야기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세월과 사이가 좋은 사람 / 행복한 사람은 사는 곳과 사이가 좋은 사람 / 행복한 사람은 사람들과 사이가 좋은 사람 / (중략) / 모두 ‘사이 간(間)’ 자가 붙은 시간(時間), 공간(空間), 인간(人間) 이 세 단어와 사이가 좋은 사람” 행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과 인간과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내가 보내는 이 시간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마음이 자꾸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미래에 가 있다면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겠죠. 공간은 어떨까요? 집이든 직장이든 내가 머무는 곳과 사이가 나쁘다면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할 겁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않고 문제가 있다면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 버릴 겁니다. 시간과 공간과 인간. 세 가지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사람 사이일 겁니다. 관계라는 것이 혼자서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떤 장면 하나. 하얀 눈 위에 찍힌 발자국처럼, 원시시대 사람들의 발자국이 화석으로 남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이 화석 중에서 나란히 붙어 있는 발자국을 보고 고고학자는 말합니다. “이건 두 사람이 걸어간 발자국이에요. 이 간격을 한번 보세요. 서로 가깝고 아주 일정하게 나 있죠.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었던 것 같군요.” 친밀하고 다정한 사이. 손을 잡고 상대방의 보폭에 맞춰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던 사이. 오래전, 길 위를 걸어간 두 사람의 사이가 어땠는지 가까이 붙어 있는 발자국은 보여 줍니다. 다정하게 나란히. 어쩌면 누구나 바라는 이상적인 관계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면 하나. 두 남녀가 카페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습니다. 보통의 연인처럼 보이는 남자와 여자.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에 있지만 사실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습니다. 두 사람은 지금 헤어지는 중이거든요. 이별을 말하는 두 사람의 마음, 서로가 서로를 떠난 마음만큼 먼 거리가 또 있을까요? 둘의 마음의 거리는 평행선 같습니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만날 수 없는 거리,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해도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거리니까요.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장면일 겁니다. 나란히 걸었던 발자국만큼이나 마음도 친밀한 사이. 바로 앞에 있지만, 우주의 별과 별만큼이나 멀어진 사이. 사랑하는 사람과는 누구나 전자인 관계를 꿈꾸겠지만, 모든 것이 다 가깝다고 좋은 사이일까요?
언젠가 추상미술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회화 작품 앞에서 도슨트는 그림 가까이에 서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보이는지를 물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그 그림은 캔버스 가득 어두운 색뿐이었습니다. 검은색과 검푸른색이 뒤섞인 그림. 어떤 형태도 없고 특별한 모양도 없이, 한 면 가득 물감이 칠해져 있었습니다. 잠시 후 도슨트는 1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다시 한번 그림을 봐 달라고 했습니다. 서 있던 자리에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서 그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거리에 섰습니다. 그러자 방금 본 것과는 다른 것들이 보였습니다. 그냥 까맣게만 보이던 건 사실 밤하늘이었고, 검푸르게만 보이던 건 숲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볼 때는 짙은 어둠뿐이었지만 적당한 간격을 두고 보니 화가가 그린 밤하늘과 숲이 제대로 보였던 겁니다. 너무 가까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더 잘 보이는 것. 일이나 고민, 사랑이나 인생도 그럴 겁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다르게 보이곤 합니다.
적당한 간격이 필요한 일, 사람 사이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서로를 알아갈 때는 예의 바른 사이가 됩니다. 오래 생각하고 말을 조심하고 상대방을 배려해 줍니다. 하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친해지면서 종종 선을 넘을 때가 있습니다. 나의 기준에 맞춰서 상대방을 생각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바꾸려고도 합니다. 내가 나를 바꾸는 것 하나도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새해에 세운 다짐과 계획들이 커피에 설탕 녹듯이 스르르 녹아 버린 일은 얼마나 많은가요. 나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상대방은 내 마음 같기를 바랍니다. 그 마음이 어긋날 때 갈등이 생기고 미움이 시작되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행숙 시인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나 봅니다. “한 걸음 물러섰으면 좋겠다. 내가 당신을 조금 더 모르고, 당신이 나를 조금 더 모르면, 우리는 어쩌면 조금 더 좋은 사이일지 모르고.”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해서, 서로 아주 가까이 있다고 해서 좋기만 한 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함께 있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일.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 주는 일, 나는 나로 존재하고 상대방은 상대방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 그것이 혼자일 때도 함께일 때도 괜찮은 사이가 되는 방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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