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
많은 피해자님 중에 유난히 지워지지 않는 두 분이 계신다. 한 분은 경북 고령에서 공장을 경영하신 분이고, 또 한 분은 서울에서 건설업을 경영하신 분이다. 이분들 외에도 노트에 적어 보니 50여 명이나 된다. 피해 금액으로는 5억 원 정도이다. 이분들께는 훗날에라도 꼭 갚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죽음에 임박해서 편안하게 저세상에 갈 것 같다. 누구든지 인생길에서 처음부터 큰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을 듯싶다.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간다면 깨끗하게, 정당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으니, 이제는 부지런히 공덕을 쌓고 남은 생을 정화하는 것만이 최우선의 좌표이다.
첫 출발 인생길에서는 행운아로 주변에서도 칭찬받는 모범 청년으로 살았다. 월급쟁이로 꾸준하게 공직 생활을 하며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사업한다고 까불거리다가 엎어진 인생이다. 욕심이 발동해 모험도 했고 이것이 누적돼 죄를 키워만 갔다. 안전 불감증처럼 죄의 대가를 모르고 간덩이가 부은 것이다. 계속 죄의 단위만 커져 갔다. 징역 3년 형과 벌금 7억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 뒤로 지금까지 수형생활한 지 4년 4개월 15일이 되었다. 징역 3년은 지난해 6월 8일에 만료되었고, 지금은 나의 지원에 따라 징역방 작업거실에서 열심히 벌금 노역을 하고 있다. 주변의 동료 재소자들은 나를 ‘할배’라고 부른다. 나이가 60대 중반이니 이제 뭐 살대로 다 살았다는 뜻이지 싶다. 밖에서는 많은 나이가 아닌데 이곳에서는 많다. 그래서 고령자들이 있는 방에서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밖에서나 이곳에서나 할배라는 호칭을 제일 싫어한다.
작년에 자체 직업훈련소에서 특수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1년 동안 실습을 열심히 해 좋은 결실을 맺었다. 건설 현장에서 꼭 필요한 자격증이다. 현재 나의 분야는 토목기사인데 용접 기능을 첨가한 다음 관리자가 되고 싶어 준비했다. 관리자가 되면 시공 부분에서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며 부실시공 배척에 만전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접근도 계획했다.
이제 벌금형이 1년 남짓 남았다. 그동안의 긴 여정이 끝나는 날, 2021년 10월 20일에 출소하고 만날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고령군 관내에 계신 최 회장님과 서울에 계신 이 사장님의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맹세도 잊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서는 비겁한 나를 합리화해 주는 서류와 세금계산서(매출) 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아 기소되지 않았지만, 두 분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6,000만 원과 7,600만 원을 꼭 변제하겠으니 부디 하늘나라에 가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용서를 구한다.
지금부터 나는 똑바로 걷고, 보고, 생각하고자 한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전문건설업 면허 1개뿐인 풍전등화와 같은 인생길이지만 사활을 걸고 열심히 빚을 갚으며 살고자 한다. 혼자만의 외로운 길에서 오늘도 운동 시간에 저 하늘의 푸른 기상을 보며 수많은 피해자님에게 용서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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