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민근(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내 안의 코끼리를 잘 다스리려면타인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자리에서 푸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냉각기를 갖고 천천히 푸는 것이 나을까?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갈등을 푸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갈등이 생겼을 때만큼 인간관계가 어려운 경우도 없다. 우리는 흔히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 비이성과 충동에 지배당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간관계를 망치기 쉬운 것은 비이성보다는 충동이다. 정서적 표현은 좋지만 충동이나 감정적 언사는 관계를 해친다. 오래된 관계마저 파국으로 몰고 가기 일쑤다. 충동을 꽉 붙들어 매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될 때가 많다. 학자들은 인간을 코끼리와 기수의 결합으로 비유한다. 코끼리에 올라탄 기수만이 아니라, 때로 난폭하고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코끼리 역시 인간인 것이다. 내 안의 코끼리는 이끄는 대로 잘 움직일 때도 있지만, 난동을 부려 엉망진창을 만드는 일도 잦다. 문제는 갈등 상황에서 코끼리의 힘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지선 씨는 욱하는 마음에 절친한 친구에게 해선 안 될 말을 했다. “너 같은 건 친구도 아냐!” 친구가 자신의 연애에 대해 불편한 조언을 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 사람 좋은 사람 아니야. 계속 만나면 너만 괴로울 뿐이야.” 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이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선 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자신의 연애와 연인을 나쁘게 말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고, 두 사람은 연락을 끊었다. 상담에서 사정을 들은 것은 몇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필자는 욱하는 일이 많다던 지선 씨에게 요가와 마음 챙김 명상을 권했다. 두 가지 덕분에 지선 씨는 감정이 끓어오르는 일이 많이 줄었다. 그 뒤로 지선 씨는 몇 번 친구에게 연락을 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갈등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피하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계속 그랬다간 모든 관계가 주변에서 종적 없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상황에 맞게 신속한 대처, 냉각기를 갖고 풀어내기를 택해야 한다. 갈등 풀기의 열쇠, 진심 어린 사과지선 씨에게는 신속한 대처가 필요했다. 싸우고 풀고 싸우고 풀기를 반복하는 관계도 있지만, 싸우고 나서 관계를 끊는 편이 더 흔하다. 특히 한쪽의 실수가 큰 상황이라면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 우리는 빠르게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어려워하는 일이다. 이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상대의 마음의 문이 닫히기 전에 사과해야 한다. 사과를 한다 해도 상대가 변명이나 회피로 느끼면 소용이 없다. 상대가 납득할 만한 사과여야 한다. 그러려면 사과의 기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과’에 대해 연구한 김호 박사에 따르면 제대로 된 사과는 이렇게 해야 한다.
• 상대방에게 불편, 고통, 피해를 주어 미안하다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한다. “지난번에 내가 한 말은 정말 미안해. 정말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한 말이야.”
•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다.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이렇게 된 건 다 내 탓이야.”
• 치유와 보상을 밝힌다. “부족하지만, 이러저러하게 갚을게.”
•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을 알린다. “내 실수 때문에 우리 사이가 나빠졌어.”
• 충분한 해명도 필요하다. 변명과는 다르다. “내 실수가 맞지만, 내가 그랬던 건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이었어.”
• 앞으로의 대책을 언급한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이러저러할게.” “요즘 욱하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요가와 명상을 배우고 있어.”
사람마다 사과의 문이 닫히는 시간은 차이가 있지만, 너무 늦으면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은 진리이다. 대화하기 전, 마음 가다듬기지금 당장 그 사람과 갈등을 풀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자기 안의 코끼리를 믿기 힘든 사람, 대화할 때마다 욱하는 마음이 자주 솟구치는 사람이라면 연민 소통(Compassionate Communication)을 배워 보기 바란다. 앤드루 뉴버그는 대화를 잘 이끌고 싶다면 자기 뇌부터 길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민 소통 역시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이다. 이는 중요한 대화를 하기에 앞서 마음을 스트레칭하는 방법이다.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1단계, 긴장을 푼다. 30초 동안 숨을 천천히 들이쉬면서 5까지 세고, 다시 천천히 내쉬면서 5까지 세라. 이 과정을 3회 반복하면 된다. 자신의 한 손을 쳐다보며,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손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2단계, 내면의 침묵을 강화한다. 스마트폰으로 풍경 소리를 15~30초 정도 들어 보라. 또 긍정적인 기운을 높인다. 지금 만날 상대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려 애쓴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을 최대한 반박한다. 3단계, 지금 중요한 가치를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가치, 그리고 상대와의 대화에서 얻게 될 관계의 가치, 소통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즐거운 기억에 접속한다. 마음속에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이미지나 대상을 떠올려 긍정적인 감정을 북돋운다. 여기까지가 준비 단계이다. 이제 상대와 본격적으로 대화한다. 4단계, 비언어적 신호를 관찰한다. 상대의 표정, 몸짓, 포즈에 세심하게 주목하기 바란다. 상대에게 기회를 봐서 감사를 표현한다. 5단계, 따뜻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가급적 천천히 말한다. 6단계, 생각한 것을 최대한 간단하게 말한다. 최대한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알려 준 방법대로 친한 사람부터 조금 덜 친한 사람까지 조금씩 적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나를 다치게 하는 관계라면 반품해도 좋다사람과의 갈등이 힘든 것은 이 관계를 다칠까 하는 걱정 때문이기도 하다. 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관계에 환상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관계를 통해 모든 것을 풀 수 있다’와 같은 관계 만능의 사고는 결코 유익하지 않다. 관계만이, 사람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사람에게 안달복달하는 마음도 조금 초연해질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몇 사람만 지킨다면 큰 문제가 생길 일은 많지 않다. 사람 볼 줄 아는 힘이 중요한 것은 어떤 관계는 나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안 된 일이지만, 그 사람이 해를 입히는 것을 나중에 알 수도 있다. 그런 관계라면 조금 아까운 것이 있더라도, 아니 조금 잃는 것이 많아도 과감히 반품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에 나보다 아까운 것은, 내가 상처 입는 것보다 나쁜 일은 없기 때문이다. 교정본부 웹진 구독신청을 하시는 독자분들에게 매월 흥미롭고 알찬 정보가 담긴 뉴스레터를 발송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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