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구치소 평택지소
교위 정상호
같은 식재료라도 조리 방법과 시간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캠핑장이나 펜션에서 흔히 등장하는 고기와 조개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마련한 수원구치소 평택지소
정상호 교위는 수년간 쌓아 온 굽기 기술을 자랑하며 ‘잘 먹고 푹 쉬는’ 여행의 묘미를 더했다.
글 양가희
사진 이정도
※ 2월호 ‘부캐를 부탁해’ 코너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른 예약자가 없는 펜션을 이용해 진행했습니다.겨울날의 캠핑 감성을 채워 주는 펜션 나들이
가만히 있어도 몸이 떨리고 입김이 나는 겨울날, 모닥불이나 화로를 피워 놓고 캠핑을 즐기는 낭만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따뜻한 불에 꽁꽁 언 손을 녹이기도, 맛있는 고기와 조개, 소시지
등을 구워 먹기도 하면서 겨울밤을 보내는 낭만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방을 놔두고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이 물음에 수원구치소 평택지소 정상호 교위는 캠핑
감성이 가득한 펜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몸소 겨울의 낭만을 소개하려 제부도로 펜션 나들이를 떠났다.
정상호 교위는 가족 나들이를 앞두고 ‘고굽램지’라는 부캐로 변신하고자 했다. 고굽램지란 스타 셰프 ‘고든램지’에서 따온 것으로, 가족을 위해 고기와 조개를 열심히 굽겠다는 의지가 담긴
부캐명이다. 정상호 교위의 부인 서미정 씨는 고굽램지가 일회성 부캐가 아니라고 말했다.
“남편은 평소에도 가족들에게 자상하고, 많은 것을 해 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마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굽는 역할은 여태 넘볼 수 없는 남편의 고정 역할이죠.”
올해 고3이 된 큰딸 영은 양과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작은딸 지은 양은 아빠 정상호 교위가 준비하는 비장의 무기 ‘굽기 기술’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고기 담당 정상호 교위, 반찬 담당에
서미정 씨, 그리고 먹기를 담당한다는 두 딸은 열심히 짐을 날랐다. 먹성이라면 뒤지지 않는다는 영은 양도 동생과 짐을 나누며 재빨리 움직였다. 정상호 교위의 차 트렁크에는 바비큐용 고기와 신선한
조개를 비롯해 새우, 버너, 아이스박스, 게임 기구 등 펜션 나들이에 필요한 준비물이 가득했다. 이날 준비한 조개는 펜션 주인에게 추천받은 맛집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이미 역할을 정하고 온 듯
발 빠르게 움직이는 네 식구의 모습에서 철저한 준비성이 엿보였다.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서미정 씨는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말하지 않아도 제 몫을 척척 해냅니다. 몇 차례 여행을 다니다 보니 필요한 물건 등이 머릿속에 리스트로 정리돼 있어요.” 따뜻한 날씨, 펜션 단독 이용, 애틋함의 3박자
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짐을 푼 가족들은 펜션에서 잠시 몸을 녹였다. 펜션을 예약한 일정은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였는데 며칠 전부터 일요일 밤 폭설이 예보되었다. 하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언제 맹렬한 추위가 닥쳤느냐는 듯이 날씨가 평소보다 더 포근했다. 정상호 교위는 “다행히 큰 눈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안심했다. 폭설 예보에도 정상호 교위 가족이 펜션 나들이를 떠난 이유는 고3이 된 영은 양이 3주 동안 기숙 학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상호 교위와 서미정 씨는 월요일에 미리 연가를 신청해 두었고, 두 딸도 일정을 비워 두었다. 따뜻한 날씨는 네 식구의 애틋한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영은 양과 지은 양은 월간 <교정> ‘부캐를 부탁해’ 코너에 참여하게 된 것이 마냥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직업이 교도관인 아빠가 더욱 자랑스럽단다. 영은 양은 “친근하고 친구
같은 아빠는 우리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라며 “가라앉은 분위기도 아빠의 재치로 금방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은 양도 “친구들에게 아빠 이야기를 하면 부러워한다”며 자랑했다. 두 딸의 칭찬
릴레이에 정상호 교위는 민망해하면서도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먹는 게 가장 기대된다”는 두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바비큐장으로 이동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펜션 예약자는 정상호 교위 가족 단 한 팀이라 바비큐장을 이용하는 데 안심이 됐다. 안전하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정상호 교위 가족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날씨부터
공간까지, 정상호 교위의 부캐 변신은 아주 순조로웠다.
목장갑, 집게, 치즈… 싱싱한 조개를 굽는 비법
펜션 바로 옆에 마련된 바비큐장에는 그릴에 숯이 올라와 있었다. 펜션에서 ‘부캐를 부탁해’ 코너의 취지에 공감하고 진행을 도와준 덕분이다. 정상호 교위는 목장갑을 장전(?)하고 집게를 들었다.
숯이 활활 타기 전까지는 화력이 약하기 때문에 고기보다 조개를 먼저 굽기로 했다. 그렇게 정상호 교위의 부캐 고굽램지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릴 위에 조개를 올리자 타닥타닥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는 집게로 요리조리 조개를 옮기며 집중했다. 조개를 집게로 잡기란 사실 꽤 어려워서 뜨거움을 참으며 손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런 고굽램지의 굽기 기술에 넋이 나간 듯 조개는 싱싱함을
뽐내며 입을 벌렸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두 딸이 조개 위에 치즈를 올려 더욱 맛깔스럽게 보였다. 고굽램지는 치즈까지 올라간 조개가 혹여 너무 익어 질겨질까 봐 그릴 가장자리로 옮겼다.
“평소에도 가족들과 시간을 맞춰 캠핑을 하거나 펜션에 가는 편이에요. 작년을 제외하고는 1년에 2~3번씩은 꼭 다녀오곤 했어요. 그 덕분에 굽는 기술이 늘지 않았나 싶어요.”
조개가 익어 가는 동안 서미정 씨가 준비한 어묵탕도 보글보글 끓었다. 각양각색의 어묵과 대파, 버섯 등이 아낌없이 들어간 푸짐한 어묵탕이다. 서미정 씨는 “맞벌이 가정이라 두 딸에게 더 신경 써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든다”며 “대신 기회가 될 때마다 멋진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상호 교위와 서미정 씨에게 월간 <교정>의
‘부캐를 부탁해’는 더더욱 좋은 이벤트였다.
화력이 강해지고 나서는 본격적인 고기 파티가 시작됐다. 걱정했던 추위도 잠시 물러가고, 숯불과 모닥불이 따뜻하게 몸을 데워 주니 이보다 근사한 낭만이 어디 또 있으랴.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로움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 고굽램지라는 부캐를 확인하는 정상호 교위는 네 식구가 함께 하는 2021년 1월의 마지막 주말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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