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섭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보안과 보안3부 교감)
사회에서 만난 좋은 선배는 때로 내 삶의 방향을 바꿀 중요한 키가 돼 준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의 김경섭 교감 역시 31년간의 교도관 생활 속에서 만난
선배들의 조언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제,김경섭 교감은 그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돌려주려고 한다.
글 이경희
사진 홍승진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보안과 보안3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경섭 교감입니다.
1989년에 입사했고 청송교도소(현 경북북부교도소), 서울구치소, 수원구치소 평택지소를 거쳐 2019년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교정직을 제 천직으로 여기며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Q. 담당 업무에 대해 알려주세요
보안3부에서는 총괄팀장, 당직 교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모든 교도관이 그렇듯 기본적으로 도주, 자살, 화재 방지가 가장 큰 업무이고, 야간 근무자로서 수형자 간의 싸움이나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부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또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요.
Q. 31년간의 교정 생활에서 스스로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가 처음 교정 생활을 시작했을 때 몇몇 선배님들이 만나자마자 ‘야’, ‘너’라고 부르면서 반말을 했어요. 저는 그게 듣기가 불편하더라고요. 나중에 내가 선배가 되면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상대를 존중하는 배려와 말투는 우리같이 큰 조직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화로 이루어지는 업무 지시도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데 그걸 상쇄하는 게
말하는 습관이거든요.또 후배들에게 업무 교육을 할 때도 일방적인 하달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해 주어요. 야간에 사동을 들어갈 때는 세면실 등을 꼭 잠가야 하는데 “야! 잠가”라고 하면 반발심만 생깁니다. 요즘 세대들은 매우 합리적이고 스스로
납득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꼰대나 ‘라떼~’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나이와 직급을 떠나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업무를 하면서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요?
‘적자생존’입니다. 밀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어뜯으라는 말이 아니라(웃음) 적는, 즉 ‘기록하는 사람만이 생존한다’는 의미죠. 교도관은 매일 근무 일지를 써야 하는데 선배들은 꼼꼼하고 자세히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늘 당부했어요.
요즘은 수형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한다든가, 고소·고발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나는 분명히 일을 제대로 처리했는데 석 달 전의 일을 소명하라고 하면 사실 일지를 봐도 기억이 잘 안
나거든요. 고소를 당하면 반론을 해야 하는데 반론할 근거가 없으면 자기방어를 할 무기가 없는 셈이지요.
그럴 때 근무 일지에 적어 놓은 꼼꼼한 기록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겁니다. 대부분의 수형자는 거칠게 살았던 사람들인 반면 교도관은 거의가 그저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에요. 그 때문에 채증,
기록, 보호장비 착용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세세하게 남기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수형자에게 폭행이나 고소를 당하는 일 없이 무사히 근무했으면 좋겠습니다.
Q. 다루기 힘든 수형자는 어느 곳에나 존재합니다. 교감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저는 수형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방을 돌 때마다 이런저런 얘기를 건네요. 접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머니의 건강도 묻고 우울해 보이는 수형자가 있으면 별일 없느냐고 관심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가 있으면 나중에 따로 불러 믹스커피 한 잔 타 주면서 또 나누지요. 주로 소외된 사람들, 고령자, 소년수, 접견인이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편이에요.
문제수 같은 경우는 대화를 나누고자 해도 끝없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때는 또 그냥 열심히 들어 주기만 합니다. 제가 말주변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사실 수형자는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열거든요.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되는 경우에는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도움도 주려고 합니다. 제게는 이 모든 과정이 수형자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청진기’예요. 그들의 몸과 정신 건강을 살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진찰이지요. 연말이면 수형자들이나 출소하신 분들에게 카드를 많이 받는데 제가 바라는 건 하나예요. 그분들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는 거죠.
Q. 교도관으로서 유독 보안과에서 많이 근무하셨습니다. 보안과 근무자의 경우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 사건·사고 한번 겪지 않은 분이 안 계실
것 같아요. 이를 어떻게 극복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죽음과 관련해 몇 번의 사고를 겪은 적이 있어요. 한 수형자가 밤에 갑자기 쓰러져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을 했어요. 병원에 가려면 안동까지 40분을 달려야 했는데 그 시간 동안 구급차
히터를 최대한 높이고 모포로 수형자의 몸을 감싼 채 직원은 팔다리를 주무르고 저는 계속 CPR을 하면서 갔어요.
병원에서 극적으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는 말에 순간 안도감으로 다리에 힘이 풀렸죠. 또 목을 매단 수형자를 극적으로 발견하고 달려가 끈을 끊어 구해 낸 적도 있고, 자살로 사망한 수형자를 발견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 그 잔상이 몇 개월은 갑니다. 저는 그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어요. 1998년도부터 뛰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풀코스 56번, 100km 넘는
울트라마라톤은 12번을 뛰었습니다.
운동의 효과는 굉장히 컸어요. 당시 100kg이 넘었던 몸무게는 20kg이 줄었고 체력도 말할 수 없이 좋아졌지요. 지금도 야근하는 날을 제외하곤 하루에 운동장을 50바퀴씩 뛰고 있습니다.
Q. 후배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교정공무원이 예전에는 참 힘든 직업이었습니다. 제가 그런데 지금은 인식도 좋아지고 교도관 업무에 대해 홍보도 많이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의 편견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늘 직원들에게 말하는 게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는것입니다. 국가 교정기관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꼭 말하고 싶습니다.
Q.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2021년에는 마라톤 완주 60회를 넘기고 헌혈도 지금까지 55회를 했는데 60회를 넘기고 싶어요. 제가 퇴직까지 5년 남았는데 후배들에게 좋은 감독이자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 바람도
있고요.
현장에 일이 생길 경우 늘 전력으로 질주한다고 해서 별명이 터미네이터였는데 앞으로도 이 별명에 걸맞게 열정적으로 근무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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