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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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단풍이 빚어낸 ‘주홍빛 향연’
전북 정읍

정읍은 가을이면 주홍빛으로 물든다. 특히 옛날부터 조선 팔경의 하나로 꼽힌 정읍의 내장산 국립공원은 설악산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정읍교도소는 형형색색으로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정읍시 소성면에 자리 잡고 있다.
글·사진 서영진(여행 칼럼니스트) 사진 협조 정읍시
내장사, 우화정 오색 단풍길
정읍의 길목은 단풍 시즌이면 북적임을 더한다. 얼굴과 마음까지 붉게 달아오른 행락객들이 거리를 채운다. 2015년 가을에 개청한 정읍교도소 주변에도 해마다 가을이면 단풍이 내려앉는다.
국내 최대의 단풍산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내장산 국립 공원이다. 내장산 단풍은 단풍잎이 얇아 붉은색이 잘 들고 색이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 오색 단풍은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내장산의 대표적인 가을 명소는 내장사 초입의 단풍터널이다. 일주문부터 경내에 이르는 길은 단풍나무 108주가 200m가량 도열해 아득한 산책로를 만들어 낸다. 내장산 단풍터널은 정읍 1경에 속할 정도로 명소가 됐고 짙은 등산복의 등산객들과 어우러져 붉은 향연을 연출한다.
내장사 길 초입, 물에 비친 수려한 정자 ‘우화정’은 인생 사진을 남기는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단풍터널과 우화정은 정읍교도소 직원들이 가을에 방문하면 좋은 곳들이다. 그중에서도 단풍터널은 인파가 몰리기 전, 이른 아침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내장산 내장사는 최고봉인 신선봉을 주봉으로 서래봉, 장군봉 등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가운데 자리했다. 백제 무왕 시기에 영은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한때 50여 동의 대가람이 들어서 있었지만, 정유재란과 한국전쟁 때 모두 소실됐다. 지금 절의 대부 분은 그 이후에 중건됐다.
봉우리, 산사 품에 안은 단풍 물결
내장산 단풍은 봉우리와 사찰을 따라 이어진다. 노령산맥 끝자락의 내장산 국립공원은 내장사와 함께 백양사를 품고 있다. 상왕봉 코스를 택하면 운문암, 백학봉을 거쳐 단풍 물결은 백양사로 흘러 내린다.
내장사 단풍이 화려하다면 백양사 아기 단풍은 선명하면서도 아기 자기하다. 눈이 아릿한 풍경은 백양사 쌍계루에서 절정을 이룬다. 사찰 위 학바위에서 조망하면 백양사가 마치 ‘단풍 보자기’에 담긴 모습이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된 백양사는 흰 양이 환생했다는 전설이 서린 데서 ‘백양’이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산사를 벗어나 금선폭포, 몽계폭포 등으로 연결되는 코스도 단풍의 색이 곱다. 호젓한 단풍 구경을 원한다면 입암산으로 향해도 좋다. 정읍 내장동에서 내장산 탐방안내소까지 이어지는 8km 길은 단풍로드로 명성이 높다. 차 안에서 내장산의 부드러운 능선을 감상 하는 드라이브를 통해 오롯이 오색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해송 숲 아래 구절초테마공원
단풍보다 한발 앞서, 정읍의 가을을 단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산내면에 위치한 구절초테마공원이다. 해송 사이에 수줍게 담긴 산구절초가 향기로운 산책로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구절초테마공원은 2003년 체육공원으로 조성됐다가 2006년 구절초테마공원으로 재탄생됐다. 옥정호의 상류인 추령천이 에돌아 흐르는 작은 산 전체를 공원으로 꾸몄다.
공원 초입에는 분홍빛 바늘꽃(가우라), 보랏빛 아스타국화 등이 가을 손님을 반긴다. 바닥을 장식한 구절초 그림을 따라 걸으면 나무 장승을 지나 솔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약재로 쓰이던 구절초가 휘청거리듯 솟은 소나무 아래로 수줍은 정취를 뽐낸다. 구절초의 꽃말은 ‘순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공원 생태습지에는 벼를 이용해 커다란 구절초를 형상화한 논이 펼쳐져 있다. 구절초꽃이 스러진 뒤에도 산책로는 고즈넉함을 간직한다. 테마공원에서 능교를 지나 옥정호까지 물길을 따라 걷기 좋은 옛길이 연결된다.
옥정호와 세계유산 무성서원
추령천 물길은 옥정호로 흘러든다. 옥정호를 잇는 길에 예전 ‘능다리’로 불리던 능교가 자리하고 있다. 투박한 외관의 다리에서 드라마 <타짜>, 영화 <남부군>을 촬영했다. 능교부터가 본격적인 옥정호의 시작이다. 섬진강댐 건립으로 형성된 드넓은 호수는 임실 군까지 품에 안는다. 섬진강 본류인 옥정호의 새벽안개는 가을이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정읍에는 빼어난 자연과 함께 오래된 서원이 조화를 이룬다. 칠보면 무성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서원이다. 무성서원은 이곳 태수를 지냈던 신라 말기 최치원과 국내 최초의 가사 ‘상춘곡’을 지은 정극인의 위패를 모신 사원이다. 태산서원으로 불리다 1696년 숙종 때 사액을 받아 무성서원이 됐다. 국내 9개의 대표 서원 중 전북 지역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린 서원은 정읍 무성서원이 유일하다. 무성서원은 정읍교도소 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을 뜻깊은 공간이다. 정읍에는 무성서원 외에도 창동서원, 남고서원, 옥산서원 등 다양한 서원이 있다.
쌍화차 고을의 별미 ‘쌍화차묵은지삼합’
정읍은 쌍화차 거리가 형성돼 있을 정도로 쌍화차로 유명한 고장이다. 최근 쌍화차를 곁들인 쌍화차묵은지삼합이 정읍의 별미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고장에서 보기 힘든 음식 조합인 쌍화차묵은지삼합은 도라지구이, 묵은지와 함께 쌍화차의 그윽한 향이 밴 수육까지 더해져 맛과 건강을 담아낸다. 쌍화에는 생강, 숙지황 등 20여 가지 약재와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이 어우러지는데 수육의 담백함과도 잘 어울린다. 도라지 역시 콜레스테롤 저하와 해독 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구수하고 칼칼한 맛의 묵은지가 곁들여지는데, 묵은지에 도라지와 수육을 한 번에 싸 먹는 것이 깊은 맛을 음미하는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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