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Vol.536 세상을 지키는 따뜻한 사람들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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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스트리트’를 아느냐?

길 위에서 태어난 하위문화가 주류가 되기까지,
스트리트 컬처 시대에 관하여
민용준(영화 저널리스트&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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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아닐까. 매주 화요일이 돌아오길 기다려 본 것이 말이다. 그러니까 이게 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때문이다. 지난 8월 24일 이후부터 일주일이 <스우파>를 기다리는 화요일 이전과 <스우파>를 본 화요일 이후로 구분됐다. 심지어 한반도, 최소한 남한 땅에서 밥벌이하는 누구라도 반겼을 법한 지난 추석 연휴에는 <스우파>가 결방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단언컨대, 결코 개인적인 생각이 아닐 것이다.
TV 화제성 분석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스우파>는 첫 회가 방영된 8월 넷째 주부터 3회가 방영된 9월 둘째 주까지, 매주 비드라마 TV 화제성 순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0.8% 수준이었던 1회 시청률은 5회에 이르러 2.4%로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무엇보다도 유튜브에서는 <스우파>에 관한 ‘썰’이 난무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서는 <스우파>의 춤을 카피하고 따라 하는 챌린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마 <스우파>를 편성한 엠넷도, 프로그램에 출연한 댄서들도 이 정도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을 것이다. <스우파>에 출연한 댄서들의 인지도는 인플루언서 수준을 넘어 셀러브리티나 다름없는 지위를 차지했다. 유명 아이돌 가수의 안무가이거나 댄스 팀으로서 배후에 자리하던 이들이 전면에서 열광을 받고 있는 현상은 이색적이면서도 신선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스우파>에 출연하는 여성 댄서를 ‘스트릿 우먼’이라 지칭한 건 그들이 추는 춤과 깊은 연관이 있다.
STREET LIFE
DJ DOC가 2003년에 발표한 노래 ‘Street Life’는 미국의 퓨전 재즈 밴드 크루세이더스가 1979년에 발표한 동명 원곡을 샘플링한 곡이다. 랜디 크로퍼드가 객원 보컬로 참여한 이 넘버는 제목 그대로 ‘길거리 생활’을 자유 예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길거리로 내몰린 흑인들의 삶을 자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길거리’를 의미하는 ‘스트리트(street)’라는 단어가 당대 흑인에게는 일상을 영위하는 물리적 영역을 넘어 삶을 지배하는 정신적 사조로 여겨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힙합을 비롯해 오늘날 흑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중적 유행과 현상은 ‘스트리트’라는 영토에서 영위되는 그 모든 삶의 태도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가난하고 권력도 없이 길거리로 곧잘 내몰리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애환을 길 위의 예술로 승화하며 리듬과 그루브로 체화한 자유분방한 노래와 춤은 차차 개성 있는 표현 양식으로 인정받고 새로운 예술적 경지로 받아들여졌다. 랩뮤직이 대중음악으로 소비되는 지금의 세태는 그것이 한때 특정한 인종이나 계층의 하위문화로 인식되던 시절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유롭다는 건 결국 저항적일 수밖에 없다. 시대를 지배하는 주류 문화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위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들은 주류 문화를 향유하던 기성세대가 아닌 새로운 세대일 것이다. 그들에게 새롭다는 건 낯설어서 거부감을 느낄 만한 것이 아니라 전에 없던 신선한 기호로 제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존의 사유에 얽매이지 않고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관점으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특별한 영토로서 새로운 세대를 불러들이고, 그렇게 전에 없던 문화적 광장을 만들어 낸다.
STREET CULTURE
국내에서 힙합이라는 단어가 처음 대중적으로 전파된 1990년대의 분위기도 그런 것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 같은 댄스 그룹이 등장해 큰 인기를 얻은 덕분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 같은 그룹은 전통적 관점에서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댄스 가수로 분류됐지만 그들을 좋아한 팬들은 댄스보다 ‘힙합’이라는 단어에 매료됐다. 단순히 ‘춤을 추고 노래한다’는 행위를 넘어 힙합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태도이자 스타일을 규정하는 복음 같은 것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가 인기 있는 댄스 가수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단순히 인기곡을 부르는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벗어나 패션과 스타일을 선도하는 메시아 같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1990년대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힙합이 큰 인기를 얻은 건 세계적 대중문화 흐름의 영향도 있었지만 새로운 세대에 걸맞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을 입고 소비함으로써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식이 뜨겁게 달궈지는 과정의 재미가 쏠쏠하게 다가왔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 세대에 대한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결국 힙합이라는 하위문화, 즉 서브 컬처가 주류 문화로 부상한 건 새로운 시대성을 자각한 세대의 관점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또한 오늘날 자연스럽게 스트리트 컬처라고 일컫는 문화적 현상 역시 그러한 흐름으로부터 이어진 결과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시대성에 따라 세대의 인식에는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1990년대의 힙합이 기성세대에게 저항하는 젊은 세대의 창과 같았다면 21세기에 힙합이란 문화적 주류로 자리 잡고 지속적인 소비를 권하고자 새롭게 변모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STREET SPIRIT
최근 몇 년 사이 패션계를 주름잡는 화두란 단연 스트리트 패션일 것이다. 유명한 명품 브랜드가 너 나 할 것 없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고가의 한정판 모델을 판매하는 건 요즘 흔한 일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로고를 함께 새겨 넣으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쿨하게 인식시킨다. 우아하고 아방가르드한 패션 하우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힙하게 탈바꿈된다. 올드 스쿨과 뉴 스쿨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대에게 파격적인 브랜드 철학을 전파한다.
지금은 스트리트 컬처가 더 이상 하위문화나 서브 컬처로 분류되지 않는 시대다. 21세기에 이르러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은 문화이자 산업이며 이념이다. 심지어 전통적 올림픽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올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스케이트보드와 3 대 3 농구, BMX 프리스타일 종목이 신설됐다. 해당 종목에 출전한 선수 중에서는 10대 초중반에 불과한 어린 선수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비보잉 같은 브레이크댄싱 종목이 새롭게 추가될 예정이다. 올림픽과 같은 유서 깊은 인류의 제전도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시대와 호흡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바야흐로 지금은 스트리트 컬처의 시대다. 길거리에서 태어난 비주류 문화가 새로운 시대의 주류 문화로 거듭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수많은 사람이 ‘스트리트’라는 기호 안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를 탐닉한다. 스트리트 컬처는 프리스타일이라는 단어처럼 보다 확고한 개개인의 개성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를 기꺼이 소비하길 권한다. 세계의 다양성과 개인의 독창성이 함께 공존하는 세계다.
그러니까 21세기가 스트리트 컬처의 시대가 됐다는 건 결국 그런 다양성과 독창성이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스트리트 컬처가 주류가 됐다는 건 이 역시 문화적 흐름 안에서 언제든 낡고 진부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돌고 도는 유행 안에서 늘 새로운 것은 없다. 스트리트의 시대도 그렇게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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